산업 기업

정부·기업 '포스트 OLED' 전략 부재… LCD 뺏긴 1990년대 日전철 밟을수도

[3高에 6대 핵심산업 위태]

中 OLED 추격에도 현상유지 급급

삼성·LG, 마이크로LED 선뵈지만

상용화까지 생산 비용 등 난관 많아

정부가 장기적 관점서 R&D 지원해야








수익성 악화, 중국 공세 등으로 수세에 몰린 ‘K디스플레이’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타개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서 발을 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집중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더딘 시장 성장 속도 등으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기적인 디스플레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착수했어야 할 다음 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034220)는 OLED 중심의 디스플레이 다음 세대의 시장을 개척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트 OLED’로 주목하고 있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나노로드발광다이오드(QNED) 등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까지 난관이 많다는 반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로 개발 중인 QNED를 적용한 TV 시제품 생산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QNED는 긴 수명과 적은 잔상(번인), 낮은 전력 소모 등의 장점을 갖춘 차세대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분기 QNED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늦어도 2025년까지 QNED 패널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빨라야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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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OLED.EX’와 ‘투명 OLED’ 등을 내놓으면서 OLED 분야에서의 기술 격차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포스트 OLED’에 대한 전략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투자도 모두 OLED에 한정돼 있다.

기술적 장점을 바탕으로 유력한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아직 생산 비용 현실화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태다.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의 위기가 짙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과거 한국 기업들이 LCD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을 뛰어넘었던 사례가 중국을 통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소니·샤프 등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1980~1990년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과감한 투자로 따라붙은 국내 기업들에 추월당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임원은 “중국의 최근 디스플레이 개발 모습은 우리의 10년 전 모습과 닮았다”며 “업계 선두였던 일본 기업이 투자를 망설일 때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게 삼성과 LG다. 지금 OLED 시장에서 중국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OLED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당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LCD 시장을 차지했고 다음 단계로 OLED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이엔드 시장인 OLED에서는 아직 국내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있는 상태지만 LCD 시장에서처럼 저가 제품으로 공격적인 추격에 나서면 언제 위기가 찾아올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OLED 관련 특허출원 수는 2017년부터 한국을 역전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2025년에 중국이 TV·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OLED 시장에서 한국을 거의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포스트 OLED’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단기적으로 시장 성장 여력이 남은 OLED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공세로 시장 지배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R&D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남상욱 산업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초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일본과 대만이 OLED 경쟁력 확보에 실패해 산업 축소로 이어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적극적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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