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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이 만나 깨달음의 세계를 전하다… ‘선화와 선시’ 출간

김양수 화백·석지현 스님 의기투합… 3년 작업 결실

김양수 화백의 선화 작품/사진제공=민족사김양수 화백의 선화 작품/사진제공=민족사




선(禪)의 세계를 시와 그림으로 함께 풀어낸 책이 나왔다. 최근 출간된 ‘선화와 선시: 무애의 붓끝으로 깨달음의 그림자를 그리다’(민족사)는 국내 선화(禪畵)의 거장인 김양수 화백과 선시(禪詩)의 대가인 석지현 스님이 만나 철학과 명상 세계, 그 느림의 미학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선시마다 선화가 어우러지면서 마치 유랑하듯 깨달음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62편의 선시와 선화는 주제와 내용에 따라 1장 공(空), 2장 무(無), 3장 무상(無常), 4장 무아(無我) 등 네 장에 나눠 실렸다. 작업은 석지현 스님이 먼저 시를 골라 번역하고 간단한 해설을 곁들이면, 김양수 화백이 전남 진도 작업실에서 시에 걸맞은 선화를 그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책에는 수십 년 동안 선화를 통해 마음의 평온을 선사해 준 김 화백의 내공이 오롯이 담겨있다. 김 화백은 이 책의 선화를 그리며 “내 안의 주인과 마주할 수 있었으며 무명(無明) 속에서 헤매기도 하였다. 그 길 위에서 참회하며 눈물로 먹을 갈아 선사를 만날 수 있는 귀한 인연이었다”라고 말한다.



1960년 전남 진도의 산골 마을 출신인 김 화백은 자연을 소재로 생(生)의 근원을 찾는 일에 몰두해 왔다. 자연이 결국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요체(要諦)이자 동체(同體)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때 모교인 동국대 미술학부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나 지금은 진도로 낙향해 여귀산 자락에 ‘적염산방’(寂拈山房)이라 이름 붙인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석 스님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이후 ‘선시’라는 장르를 개척했고 특유의 감각적 시선과 자신만의 색채로 작품을 새롭게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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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화백의 선화 작품/사진제공=민족사김양수 화백의 선화 작품/사진제공=민족사


선화와 선시라는 예술과 문학의 만남은 출판사인 민족사가 3년전 기획한 결과물이다. 오랜 인연을 가진 김 화백과 석 스님은 이 출판사를 자주 오가며 차를 마셨고 ‘선의 세계’를 더 편안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 스님은 추천사에서 “선화는 선화라는 프레임도 거부한다. 선화에 갇히면 이미 선화가 아닌 죽은 그림이다. 소재에도 있지 않다. 대상이나 기법에도 있지 않다. 마음의 그림이지만 그것마저 표현일 뿐인 것이 선화”라며 “선화는 깨친 사람이 나를 비우고 욕심을 버린 선의 상태에서 관찰된 대상의 마음 그림자를 그린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김양수 화백의 선화 작품/사진제공=민족사김양수 화백의 선화 작품/사진제공=민족사


책 출간을 기념해 이들 선화와 선시를 직접 만나보는 자리도 마련된다. 1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경복궁 옆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는 석지현 스님의 선시와 김양수 화백의 선화를 전시한다. 민족사 측은 “관람은 무료로, ‘문화의 달’ 10월 하순에 선화를 감상하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52쪽. 2만6800원.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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