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고등학생에서 살벌한 군인을 거쳐 가상세계의 세자까지 된 신승호는 다채로운 배우다. 주어진 것에 안주하지 않고, 그 안에서도 변화를 꾀하며 도전하길 바란다. '연기로 잘생겼다'는 얘기를 듣는 그날까지 그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신승호가 세자로 변신한 tvN 토일드라마 '환혼'(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박준화)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삼는다.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 신승호는 대호국의 세자 고원으로 분해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고원은 심술쟁이 왕자로 너그럽고 자애로운 군주를 지향하지만, 심술궂고 인간적인 면모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신승호는 '환혼'이 대본을 처음 봤을 때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짜임새 있고 탄탄한 글을 보면서 '역시 스타 작가 홍자매는 다르다'라는 걸 느꼈다. 당초 고원은 대본에 없던 캐릭터다. 제작진이 신승호와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준 것. 캐스팅이 된 후 일련의 과정을 듣게 된 신승호는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시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확신을 갖고 캐스팅해 준 제작진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캐릭터 준비에 나섰다.
"고원은 입체적인 캐릭터예요. 극 중에서 만나는 인물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변화하는 인물이기에 처음에는 캐릭터 잡기 어렵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 작가님이 범위를 점점 넓혀주시면서 잡아주셨죠. 절 두고 만든 캐릭터라 그런지 저와 굉장히 닮아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연기해 본 캐릭터 중 가장 똑같아요. 더 신나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웃음)
딱 붙는 캐릭터를 만나 연기에 신이 난 신승호는 애드리브로 현장에서 날아다녔다. 방송에 나가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장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기꺼이 애드리브를 했다. 매 신이 애드리브를 넣은 신승호는 "반응이 좋지 않았던 애드리브는 없었다"고 자신했다.
"장욱(이재욱)과 운명의 다리 위에서 만나는 신이 있었는데, 서로인지 모르다가 만나고 외면하는 장면이었죠. 이런 호흡도 애드리브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애드리브를 하면 상대 배우들이 잘 받아줬어요. 그래서 더 재밌게 할 수 있었죠.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승호와 호흡을 맞춘 이재욱, 황민현, 유인수는 실제 친한 사이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잘 맞을 수밖에 없었던 거다. 따로 언급할 필요 없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은 이들의 중심에는 신승호가 있었다. 분위기 메이커인 신승호는 늘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이 점이 고스란히 케미로 이어졌다.
"배우로서 제 강점은 명확한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목소리나 피지컬 때문에 조금 딱딱해 보일 수 있고, 재미없어 보일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게 좋더라고요. 저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는 편이에요. 현장에서는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장난쳐야 되는 성격이에요."
"저는 현장의 분위기가 작품이 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경험하기도 했고요. 배우들이 처음 만나면, 초반에는 어색할 수 있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이미 가까운 사이였기에 마음이 한결 편했죠. 같이 있는 것만으로 힘이 나고 의지가 되는 존재들이에요. 어떨 때는 존경심이 들기까지 해요."
신승호가 처음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건 웹드라마 '에이틴'을 통해서다. 이후 그는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계약우정', '좋아하면 울리는'에 출연하며 연달아 교복을 입었다. '고등학생 전문 배우'라는 별명을 붙을 정도로 교복과 긴 인연을 맺은 그다.
"감사하죠. 그런데 아직까지 어떻게 제가 데뷔 때부터 연속으로 네 작품 학원물을 촬영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제 외적인 이미지가 어떤지 정말 잘 알고 있어서 감독님과 관계자분들께 감사할 뿐이에요. 교복을 입고 신이 나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연달아 교복을 입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죠. 고민과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고민하면서 어찌해야 될 바를 모르는 상태로 있는 건 제 성격이 아니에요. 그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제 역량을 펼치려고 했어요."
운동선수로 학창 시절을 보낸 신승호는 당시의 추억이 거의 없는 편에 속한다. 네 작품 연속 하이틴에 출연한 건, 없는 추억을 새로 쌓는 기분이었다. 교복을 입으면서 학교에서 누리지 못했던 걸 다시 누리게 된 거다. 수업 시간에 교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설렜다.
"앞으로 교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입혀주신다면 큰 절 한 번 올리고 임할 거예요. 같은 학생 역할이어도 캐릭터는 다 다르니 제 색깔로 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고등학생 전문 배우'에서 판타지물까지 장르를 넓힌 신승호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에서 입지를 굳히게 된다면, 과감한 도전을 하지 못할 수 있으니 지금이 적기라고. 최대한 경험해 보지 못한 걸 경험해 보고, 새로운 캐릭터를 욕심낼 거다.
"식상할 수 있지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신승호 나오는 데 보자'고 말할 수 있게요. 제가 나오면 재밌을 거라는 신뢰를 주고 싶어요. 또 연기가 잘생긴 배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