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특성화高→AI高 이름 바꿨지만…학생들 갈수록 '외면'

전환 완료 8곳에 25억 투입에도

충원율 크게 떨어져 73%에 그쳐

서울교육청선 "학령인구 감소탓"

인프라·취업전략 등 대책 목소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9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9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특성화고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특성화고 8곳을 인공지능고와 빅데이터고로 전환했지만 갈수록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여파도 원인이지만 교육 인프라와 숙련된 교사가 부족한 데다 직업계 고교생에게 맞는 세밀한 취업 전략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14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고 8곳의 2022학년도 충원율이 73.34%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서울 지역 전체 특성화고(68개)의 평균 충원율 79.45%를 밑도는 수치다.

AI·빅데이터고는 2019년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에 따라 지정된 특성화고다. 2021~2024년 5년간 10개 특성화고를 AI·빅데이터고로 전환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전문 기술인을 고교 때부터 양성하고 나날이 하락하는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높여 학생들의 취업률 제고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사업 첫해인 2020년 서울디지텍고와 선일빅데이터고·선린인터넷고·성동공고 등 4개교를, 2021년에는 광운인공지능고와 세명컴퓨터고·서울인공지능고·한세사이버보안고 등 4개교를 지정했다. 올해는 서울로봇고와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등 2곳이 지정됐다. 각 학교들은 지정 다음 학년도부터 AI·빅데이터고로 신입생을 모집해 학교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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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학교는 실습 환경 개선, 프로그램 운영, 교원 역량 개발 등을 위해 지정 다음 연도에 학교당 3억 원, 그 다음 연도에는 2500만 원을 지원 받는다. 올해까지 8개교에 25억 원이 지원됐고 내년도에는 총 7억 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들 학교는 AI·빅데이터고로 전환된 후 신입생 모집에 더욱 큰 차질을 빚고 있다. 2020년 처음 지정된 4개교의 충원율은 지정 전 95.65%에 달했지만 지정 첫해인 2021학년도 87.68%, 올해 76.9%로 하락했다. 2021년에 지정된 4곳 역시 지정 전인 2021학년도에 82.83%의 충원율을 기록했으나 지정 첫해인 2022학년도에는 69.78%로 하락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특성화고뿐 아니라 모든 학교의 충원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각 학교별 상황도 다르고 사업 초기인 만큼 앞으로 보완을 거쳐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첨단산업 중심의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숙련된 교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전략이 미흡하다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교육청이 AI고 지정 방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교육 현장에선 특성화고의 고질적 문제인 취업 전략은 부족해 ‘간판 바꿔 달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정부도 최근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직업계고 디지털 교육 강화를 위해선 세밀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일선 대학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교수진과 인프라가 부족한데 고교 수준에서 핵심 인재가 길러질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학습할 내용의 수준이 높아도 특성화고 학생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고, 너무 낮아도 취업으로 연계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병욱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AI고 지정에 앞서 교원을 확보하는 등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30억을 쏟아부었다"며 "디지털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려면 AI고를 비롯한 디지털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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