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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도 지쳤다"…4만 전자 간다는 데 '또 사야 되나' [코주부]





지난 7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영업이익은 10조80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73%나 감소했습니다. 시장 전망치(11조8683억 원)도 한참 밑돌았습니다. 매출도 76조 원으로 예상치보다 2조 원 적습니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반도체 겨울이 현실로 닥쳐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퍼리스는 “많은 재고와 수요 감소로 인해 업계가 10년 만에 가장 깊은 다운 사이클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분간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국민주 삼성전자에 봄날은 찾아올까요? 코주부가 짚어드립니다.

3년만 역성장에…TSMC에 왕좌 내준 삼성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3년 만입니다. 사업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적 버팀목이던 반도체가 수요 위축에 맥을 못 춘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6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DS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이 9조9800억 원이었으니 30% 이상 줄어든 것입니다. 특히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5조5000억 원 안팎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메모리에 의존한 셈입니다.

실적 부진에 올 초 인텔에게서 다시 뺏어온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마저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내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TSMC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8%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나홀로 침체기를 피해가고 있는 셈입니다.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오가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 산업은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은 내년까지…주가 반등은 언제?


그럼 언제쯤 업황이 개선될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3~4분기)를 주목합니다. 과잉공급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 세계 최대 소비 시장 중국의 경제 재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내년 하반기에 주식을 사야 하는 걸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통상 주가는 업황을 6개월가량 앞서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해 내년 3분기부터 업황이 좋아진다면 6개월 전인 내년 1월부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주는 지표인 전 세계 유동성 증감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도 내년 초에는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제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에 따르면 연준이 내년 1분기 중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ISM 제조업지수는 미국의 정책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매크로(거시) 분석상으론 내년 1분기에서 2분기 사이가 매수 타이밍입니다. 그때까지 언제 기다리니? 이런 개미도 있을 수 있어 전문가들의 매수 시점 분석을 전해드립니다.

상상인증권(중립 의견)을 제외한 국내 모든 증권사는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 의견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라는 이야기죠.(떨어지면 무슨 욕을 먹을 줄 알고…대놓고 “사” 이러는 증권사는 많지 않지만 있긴 합니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연말 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최소 50%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하라”고 합니다. 이유는 업황 개선 전망, 연준 움직임,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BR을 1.07배로 예상했어요. 과거 저점의 평균인 1.09배를 밑도는 수치입니다. '

키움증권도 “올해 말과 내년 초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업체가 투자를 줄이고 가동률을 본격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저가 매수에 나서라고 권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를 콕 집어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금이 저점이라며 국내 반도체 주식을 “당장 사”라고 권합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근거는 뭘까요? 재고 주기가 변하기 전 주가는 저점을 형성하는 데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재고 주기가 변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겁니다. 너무 긍정적인데…상상인증권은 뭐라 했지? 내년 하반기 업황 개선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올해 11월 초까지는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지금 당장 사기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잠깐?

모건스탠리가 리포트를 내놓은 날짜는 현지시간으로 이달 4일.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의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날은 7일입니다.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뿐 아니라 메모리 분야에서도 첨단 제조장비와 기술 판매를 사실상 금지한 것이 핵심입니다. 미국이 한 국가의 특정 산업 전반에 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모건스탠리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옥죄기로 반도체 매수 심리가 악화될 것을 과연 몰랐을까요? 발표는 7일이었지만 관련 보도는 이미 지난달 중순 나왔습니다. 여파를 충분히 감안하고 분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업황 개선이라는 큰 흐름을 꺾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시장 반응은 어떠니? 큰손들은 매수 ‘꾹’




이제 시장을 봐야겠죠. 특히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국내 증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올해 들어 처음) 삼성전자 주식을 샀습니다. 특히 실적을 발표한 7일은 물론 중국 수출 통제 조치가 발표된 후 주식 시장이 열린 11일에도 매수에 나섰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실적 악화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는데 주가 하락 폭이 과하다고 본 거에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27.61%를 기록했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32%나 내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압박 역시 현재로선 삼성전자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 1년 동안 미국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도 장비를 수입하도록 허용했습니다.

물론 대중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요 경영진에 “주가 신경 써 달라”고 주문하는 등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면서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점 역시 외국인 매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손절’ OR ‘추매’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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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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