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돌연 全직원에 정리해고 통보한 푸르밀, 무슨 일이

LG생활건강까지 인수 포기해

회생 가능성 없다고 판단한 듯

내달 30일부로 사업 완전 종료






범롯데가인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다음달로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고 전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출산율 감소 등으로 유제품 소비가 줄면서 적자가 누적된데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인수마저 불발돼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이날 전 직원들에게 보내 이메일에서 “회사 내부 사정으로 다음달 30일 부로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해당 메일에서 푸르밀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대리점에도 영업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푸르밀의 전주, 대구 공장도 다음 달 말까지만 가동된 후 11월 30일부로 전면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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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은 또 이날 400여명의 전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도 통보했다. 경영진은 해고 실시 50일 전까지 직원에 통보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 해고를 결정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푸르밀 관계자는 “생산 시설은 경영진이 향후 상황을 판단해 매각할지 말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르밀이 사업 종료라는 극단적 카드를 선택한 것은 우유 소비 감소로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데다 시장 경쟁력이 갈수록 뒤처져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로 첫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 등으로 적자 폭이 매년 커졌다. 다른 유업체들이 단백질 음료, 식물성 음료로 사업을 다각화할 동안 푸르밀은 유제품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해 최근 몇 년 간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의 매각 무산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LG생활건강은 푸르밀이 보유한 콜드체인에 눈독을 들였지만 설비가 노후화 한 탓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돼 30년간 롯데그룹 계열사로 있던 롯데우유가 모태인 기업이다. ‘비피더스’, ‘검은 콩이 들어있는 우유’ 등이 대표 제품이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리됐을 때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100% 인수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신 회장이 지난해 대표이사직에 물러난 후 둘째 아들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에 나섰지만 부진을 거듭하며 결국 사업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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