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카카오, 계열사 정리 혁신사업만 집중…대대적 거버넌스 쇄신 나설 듯

[카카오 대란 후폭풍]

■ '카카오 먹통'이 소환한 3대 과제

① 내부통제

공룡급 몸집에도 자율경영 고수

계열사 리스크 관리 제대로 안돼

② 선택과 집중

계열사 134개 불구 수익모델 빈약

콘텐츠 등 핵심사업에 집중해야

③ 사회적 책임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구조 벗어나

고객편의 확대 플랫폼 역할 회복을

15일 발생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연합뉴스15일 발생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연합뉴스






‘카카오 먹통(서비스 장애) 사태’의 여파로 카카오의 문어발식(式)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독과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상 속 다양한 서비스를 장악한 대기업이 화재 사고 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주말 내내 대한민국을 블랙아웃에 빠뜨릴 정도로 내실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각 사업의 수익 모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규모 확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서버 등 인프라·기술 투자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어 발생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돈 되는’ 해외사업·신사업에 집중하고 계열사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6조 1367억 원으로 경쟁 플랫폼인 네이버(6조 8176억 원)를 따라잡을 만큼 성장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서버 포함 설비투자(CAPEX·3502억 원)는 물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7645억 원), 검색·인공지능(AI) 등 특허 건수(731건)는 네이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약하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매출이 비슷하지만 사업 구조상 실제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투자에도 인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가통신사업자는 대부분 적자로 운영하다가 수익화 모델로 전환한다. 그전까지 투자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 계열사들이 규모 확장에만 치중했고 아직 네이버에 비해 온전한 수익화 모델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카카오가 혁신을 통해 내실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실적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계열사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강화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해외 등 돈 되는 사업 위주로 집중적인 진출 △‘국민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회복을 위한 소상공인 등 파트너 상생 강화와 이번 사태와도 관련된 서비스 안정화 투자 확대를 통한 사회적 책임 강화 등 세 가지 과제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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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안 맞는 자율 경영, 필요시 김범수 불러 통제력 키워야”=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커진 몸집에 걸맞지 않은 자율 경영을 지속하다 보니 계열사들이 마구잡이로 사업을 확장해도 통제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필요하면 리더십(대표) 교체를 감행해서라도 계열사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경영 복귀도 검토해볼 만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잦은 리더십 교체에도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골목상권 논란부터 카카오페이 경영진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최근에는 주가 급락 중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쪼개기 상장 논란까지 계열사 리스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게 카카오 혁신의 최우선 과제이고 필요하면 총수인 김 센터장의 직접 통제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계열사 정리, 돈 되는 글로벌 진출에 집중해야=두 번째는 사업의 선택과 집중이다. 134개(8월 기준)에 달하는 카카오 계열사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미래 투자 대신 당장의 수익성을 우선 챙겨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처럼 한국 택시 시장을 장악했는데도 기존 업계의 저항으로 이런 수익성마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위 교수는 “카카오가 대외적으로는 계열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돈 되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를 통해 웹툰이 일본·북미·동남아 등에서 플랫폼화(化)에 성공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른 사업들에 적극 진출할 수 있다”고 했다. 유망한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여기에서 본사 주도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과감한 투자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기업 돌아와야, 상생·서비스 안정화 노력 요구”=카카오가 업계와 종사자 상생 확대 등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국민 기업’ 이미지를 회복해야 장기적으로 신사업 진출 등 성장에도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조언도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욕먹는 이유인 동시에 내실이 약한 이유는 ‘코 묻은 돈’, 즉 기술과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기존 골목상권 진출을 통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용자와 종사자의 편익을 늘리는 플랫폼의 역할에 다시 충실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서비스 장애 사태 역시 사회적 책임 방기 사례로 보고 카카오가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루 이상 서비스 마비가 이어진 것으로 보면 서버 이중화와 신속 복구 대응 체계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인프라와 인력 투자 등을 통해 서비스 안정화 노력에도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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