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까지 탈원전을 약속했던 독일 정부가 내년 4월 중순까지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연장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유럽 지역의 겨울철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자 결국 탈원전 정책의 일부 후퇴를 결정한 셈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이자르2, 네카베스트하임2, 엠스란드 등 원전 세 곳의 가동을 총리 직권으로 내년 4월 15일까지 이어간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등 각료들에게 서한을 보내 “(가동 연장 관련) 법안을 내각에 조속히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원전 연장 문제는 그간 집권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민당으로 구성된 독일 연정 내에서도 이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중도 좌파 성향의 녹색당은 이자르2, 네카베스트하임2 원전의 폐쇄를 내년까지 미루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엠스란드 원전은 연말까지만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중도 우파인 자민당은 현재 남은 3기 모두 2024년까지 가동하고 필요시 이미 폐쇄한 원전도 재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녹색당은 이번 발표에 대해 “불행한 결정”이라고 평하며 가동 연장 결정에 대해 계속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부족 문제에 고심하던 독일 정부는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궁지에 몰리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까지 높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수명 연장이 결정된 원전 세 곳은 올해 독일 전체 전력 생산량의 6%가량을 맡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숄츠 총리의 결정을 환영하며 “국가와 경제를 위해 올 겨울 모든 에너지 생산 능력을 총동원하는 결정이 필요했다”고 평했다.
당초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높아진 원전 반대 여론에 맞춰 올해 말까지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독일 내 원전 17기 중 14기는 이미 폐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