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7兆 증발…'기업 마통' 법인 당좌예금 잔액도 30% 뚝

[회사채 포비아]

■본지 'BBB-' 등급 이상 전수조사

올 어음 못갚아 최종부도 증가세

"中企 유동성 지원책 시급" 지적





어음을 갚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용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법인 당좌예금 계좌 잔액은 9개월 만에 1조 7700억여 원이 사라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하나둘씩 부도 위기에 몰리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 은행에 개설된 법인 당좌예금 잔액은 9월 말 기준 3조 9494억 원으로 집계됐다. 5조 7000억 원이 넘었던 지난해 말보다 30.9%나 감소했다. 당좌예금 계좌 자체도 580여 개가 사라져 지난해 말 3만 4449개에서 지난달 말 3만 3870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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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시중은행의 경우 9월 말 법인 당좌예금 잔액은 약 4500억 원으로 잔액이 1조 6200억 원을 넘겼던 지난해 말 대비 70% 넘게 급감했다. B시중은행 잔액도 전년 말 7451억 원에서 지난달 말 3142억 원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A은행과 B은행의 가계 당좌예금 잔액 감소율이 각각 20.8%, 17.4%였음을 고려하면 법인 잔액 감소율은 3배나 더 높다.

당좌예금은 비교적 큰 규모의 금액을 자주 입출금해야 하는 법인 및 개인사업자 등이 은행에 개설한 예금이다. 예금 잔액이나 당좌 대출 한도 내에서 수표 및 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기업에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도 사용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좌예금 잔액이 감소한다는 것은 기업의 단기 유동성이 경색됐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 당좌거래가 정지되면서 당좌예금도 막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부도를 막지 못해 올해 당좌거래정지 처리를 당한 사례는 20일 기준 총 11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법인이 총 93곳으로 전체의 80% 수준이다. 월별 거래정지 처리 건수도 6~7월 한 자릿수에서 9월과 10월 각각 13건, 15건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계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만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연구 결과 기준금리가 3%로 인상될 경우 한계 소상공 업체는 124만 2751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주 “최근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99.6%가 고금리 리스크 대응 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답했다”며 “일시적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 금융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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