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스요금 인상과 태풍 피해까지 겹치며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8월보다 0.2% 오른 120.16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8.0% 오르며 2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생산자물가지수는 2020년 10월(-0.4%) 이후 1년 10개월 만인 지난 8월(-0.4%)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였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 4월 1.6%까지 확대됐던 생산자물가지수 상승 폭은 5월(0.7%)에 이어 6월(0.6%)과 7월(0.3%)까지 계속 줄었고 8월(-0.4%)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원가 반영으로 오르고 공산품은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태풍 피해로 인한 생산 차질과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 보면 도시가스(6.3%) 인상 등으로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이 2.5% 상승했다. 공산품도 태풍 피해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0.1% 올랐다. 농림수산품은 축산물(-3.0%)이 내렸지만 농산물(2.2%)과 수산물(0.1%)이 올라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다만 운송 서비스(-0.9%)와 금융 및 보험 서비스(-1.3%) 등이 내리면서 서비스는 0.2% 하락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배추와 무가 작황 부진으로 한 달 새 각각 76.8%와 33.5% 뛰어올랐다. 유가 하락 영향으로 휘발유(-6.7%)와 벙커C유(-13.3%)는 하락한 반면 기업들의 가격 인상으로 라면(7.8%)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소비자물가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향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물가 정점이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0%로 0.5%포인트 인상하면서 “5~6%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