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가 가을임에도 ‘보릿고개’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통상 극장가에서 여름 휴가철 이후 연말 이전인 10~11월을 비수기로 여기지만, 예년과 비교해 유난히 관객 수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의 일일 관객수도 1만명 대에 머무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코로나 19 이전의 절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총 427만4000여 명이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21만3000명 수준이다. 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19년의 10월의 일일 평균 관객 수인 14만 9000여 명과 2020년의 16만 7000여 명보다는 많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시기 47만9000여 명의 절반도 못 되는 수치다.
DC 새 히어로물 ‘블랙 아담’이 개봉하면서 잠시 상황은 호전됐지만, 하루 관객수는 개봉일인 19일 6만7000여명, 20일 4만5000여명 정도의 수준이다.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할 만한 영화가 적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소비 증가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관람료 인상 등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화 관람객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9년 10월에는 ‘82년생 김지영’ ‘가장 보통의 연애’, 외화 ‘조커’ 등 중급 영화들이 관객과 만났다. 올해 10월 현재까지 개봉한 중급 이상 작품은 ‘대무가’ ‘블랙 아담’ 정도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을 겨냥해 9월초 개봉한 ‘공조 2: 인터내셔날’이 개봉 7주 차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있다.
극장 개봉일과 OTT 공개일 사이의 간격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디즈니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와 ‘버즈 라이트이어’는 개봉 두 달 만에 자체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여름 대작이었던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은 한 달 만에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됐다.
주말 일반(2D)관람료가 1만5000원까지 오른 것도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다. 멀티플렉스 3사는 요금인상 이후 각종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지만, 관람료 인상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