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 기반 그림 투자로 원금의 3배를 지급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한 업체가 폰지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고소장을 접수한 투자자들은 이 업체가 모집한 회원들에게 받은 투자 금액만 1000억 원에 달한다며 원금 보장이 불가능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업체 대표인 유 모(55) 씨는 투자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미술품 중개 및 도소매업 업체 대표 유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 받고 수사에 나섰다.
유 씨가 투자자들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에 따르면 유 씨는 올 3월부터 투자자들을 모아 경기 구리·안양·선릉, 전북 전주, 광주 등 전국에 26개 지점을 세웠다. 이를 통해 수천 명의 회원을 모집해 1000억 원 안팎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유 씨가 제시한 수익 포트폴리오는 NFT 그림 투자와 코인 투자다. 유 씨는 투자자들에게 200만 원을 투자하면 매일 4만 원 씩 총 600만 원이 될 때까지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터무니 없는 수익성을 제시하는 폰지사기의 전형이다.
일정 기간 지급되던 수익금은 10월 초순 중단됐다.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A 씨는 “처음에 투자한 200만원으로 약속된 수익을 받자 확신을 가졌다”며 "이후 2000만원을 대출 받아 재투자했는데 이게 화근이었다. 아직도 수익을 약속한 기한까지 1000만 원 이상의 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 씨가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에 가까웠다. 유 씨는 한 미술품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유망한 그림들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을 높인 뒤 3자에게 파는 방식의 투자 방식이 수익 구조의 사실상 전부였다. 피해자 B 씨는 “대표가 특정 그림을 사라고 지시를 내리면 많은 인원이 구매를 시도해 가격을 올린 뒤 되팔아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며 “약속한 수익을 이런 식으로 벌 수 있다는 것도 의문이지만 범죄에 연루되는 기분이 들어 죄책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유 씨가 수익 모델 중 하나로 소개한 한 가상자산도 사실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태다. 이 가상자산은 4월 15일 기준 7571원이었지만 이달 21일 기준 72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유 씨가 세운 업체의 한 센터장인 C 씨조차 “사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은 다 ‘뻥’이고 마케팅으로 내세운 것”이라며 “내 지인들도 1억 원 가량 투자했지만 그림이 빨리 팔리지가 않으니까 수당을 제 시기에 줄 수 없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현재 유 씨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알려졌다. 각 지역의 모집책으로 활동한 센터장들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본지도 수차례 유 씨에게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당은 지급이 중단되거나 일부만 지급되고 있는 상태다. 이달 1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투자 금액을 추가로 더 확보한 유 씨는 돌연 7일부터 전산바이러스와 해킹 등을 핑계로 수당 지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자들은 약속된 수당의 1% 수준만 지급받고 있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도 많다. 다만 유 씨는 올해 말까지 원금은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장우정 변호사는 “원금 및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의 경우 제대로된 사업의 실체가 없거나 방문판매법에 따른 다단계판매업 등록이 되지 않은 업체가 모집수당 및 차등적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에 폰지사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에 따르면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을 위반해 피해액 5억 원 이상인 경우 최소 3년 이상 유기징역형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