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소외된 이들의 삶도 소중하다는 것 깨닫길"

'56년간 불우 여성 지원' 이희윤 착한목자수녀원 수녀

가정·성폭력 피해자와 미혼모 등에

쉼터 제공하고 정신적 위로 건네

'고통은 본인 잘못 아니다' 강조

생명의 신비상·아산상 등 받기도

이희윤 착한목자수녀회 동북아관구장이 강원도 춘천시 ‘마리아의집’ 내의 성모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이희윤 착한목자수녀회 동북아관구장이 강원도 춘천시 ‘마리아의집’ 내의 성모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정폭력·성폭력의 피해자와 미혼모·이주여성 등 불우하고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삶의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주는 것이 우리들이 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이들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우치기 바랍니다.”



56년 동안 소외된 여성들의 쉼터 역할을 해온 착한목자수녀회 동북아시아관구장인 이희윤(60) 수녀는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사람이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게 우리의 모토”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183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국제 수녀회로 우리나라에는 1966년 전북 군산 옥봉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6개 시설, 3개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성착취 피해자 및 이주여성·미혼모 등을 위한 각종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공로로 지난해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로부터 ‘생명의 신비상’ 대상, 올해는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아산상 사회복지상을 받았다.

이희윤 수녀가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착한목자수녀회 정신이 새겨진 표지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희윤 수녀가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착한목자수녀회 정신이 새겨진 표지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녀회가 집중하는 것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고통받는 한 사람’이다. 미혼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마리아의집’이나 임신 또는 출산을 경험한 미혼 여성을 위한 시설인 ‘요셉의집’을 운영하는 것이 이런 맥락에서다. 이곳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삶이 소중한 것임을 깨달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야 이들이 비로소 세상에서 가치 있는 존재로 설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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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 100회를 맞은 ‘화해 피정(避?)’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 2박 3일간 기도와 묵상을 통해 아이와 화해하고 다시 설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외 여성 지원에 힘을 쏟는 것은 이들의 고통이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다. 이 수녀는 성매매 여성이나 미혼모를 ‘피해자’라고 단언한다. 성매매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선택이며 미혼모도 자발적인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파괴 현상에 따른 결과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에 시달린 소녀들은 다른 사람이 조금만 잘해줘도 그것이 사랑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아픔과 고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희윤 수녀이희윤 수녀


미혼모와 같은 여성들을 지원하고 보살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시설에 입소하는 여성들은 상당수가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경험을 갖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험한 일을 겪기도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찾아 수녀원에 들어오려 하는 경우도 있고 폭언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게 이 수녀의 고백이다.

가끔은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몇 년 전에는 한 청년이 어머니와 함께 찾아와 자신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며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을 때는 뿌듯함까지 느꼈다고 한다. 이 수녀는 “예비 수녀로 있을 때 낙태 시술로 죽을 뻔했던 갓난아기를 병원에 데려가 겨우 살린 적이 있다”며 “이후 미국에 입양을 보냈는데 나중에 커서 생명운동을 하고 있다는 애기를 들었을 때 우리가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거나 성인지감수성이 낮은 것이 그것이다. 수녀원 시설에 들어온 여성들에게 자신의 몸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수녀는 “성적 자유가 지나쳐 마치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세태를 보고 있으면 안타까울 뿐”이라며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시설에 들어와 있는 여성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괜찮아요. 이제 잘할 수 있어요. 다 알죠.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잊지 마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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