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황제'에 발작한 원·달러 환율…당국 추정 물량에 하락 마감

[혼돈의 외환시장]

장초반 1444.2원 13년7개월來 최고

오후 매도물량에 6.6원↓ 1433.1원

中 정치불안에 당분간 변동성 지속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 정치·경제 불안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으나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끝내 하락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촉발한 환율 불안이 중국 이슈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원 60전 내린 1433원 1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원 30전 오른 1444원으로 출발한 직후 1444원 20전까지 고점을 높였다. 장중 가격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연고점을 경신한 것은 지난달 28일(1442원 20전)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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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고점에 이르자마자 당국으로 추정되는 개입 물량과 수출 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하락 반전했다. 환율은 오후 한때 1431원 20전까지 하락하면서 장중 변동 폭이 최대 13원까지 벌어졌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장 초반 연고점을 경신했으나 외환 당국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가 나오면서 하락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이 장 초반 급등한 것은 중국발 불안 영향이 지배적이었다는 평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빅테크 규제 등 반시장적 조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홍콩 증시가 급락하고 위안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이에 위안화 프록시(대체) 통화로 여겨지는 원화가 함께 절하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연일 빠지는 엔화도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이 불안할수록 당국의 개입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환 당국의 순매도 규모는 237억 2000만 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으로 30조 원이 넘는 돈을 시장 안정을 위해 쏟아부었다. 환율 불안이 본격화된 지난 3분기의 개입 규모는 상반기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9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7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196억 6000만 달러 줄어들었다. 2008년 10월 이후 14년 만의 최대 폭 감소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해도 단기 외채 비중이 늘어난 상태에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대외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중국발 불안으로 홍콩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아시아 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영국 국채 시장 충격에 이어 홍콩 등 중화권 금융시장의 불안 흐름을 주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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