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연일 시장 짓누르는 공사채…한전·인천공항채도 미매각

채안펀드 수백억 투입에도 역부족

CP금리 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김주현 "20조 채안펀드 상황따라 더 늘릴수도"





정부가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에 들어갔지만 초우량 채권으로 분류되는 AAA등급 공사채가 이틀 연속 일부 유찰됐다. 우량 등급의 공사채 발행이 잇따르면서 채권시장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자금 시장의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채안펀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백억 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지만 시장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초우량 채권인 AAA등급 한국전력공사가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일부 유찰됐다. 2년물에만 약 20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와 800억 원 조달을 확정하고 3년물은 유찰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2년물과 3년물을 각각 600억 원씩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3년물 수요가 부족해 2년물 800억 원, 3년물 400억 원을 발행했다. 전날 AAA등급인 한국가스공사와 AA+등급인 인천공항공사 채권에 이어 이틀 연속 공사채가 유찰됐다. 정부가 ‘50조 원+α’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채권시장의 경색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채안펀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채권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CP금리는 하락하지 않고 있다. A1급 CP 91일물은 전 거래일보다 8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45%로 2009년 1월 19일(4.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안펀드가 CP 발행물 수백억 원을 매입하는 데 그쳐 금리 하락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금투 업계의 한 채권운용 담당자는 “시장 채권 가격보다 소폭 낮게 매입해야 하는데 발행사 측이 응하지 않아 매입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채안펀드의 CP 발행물 매입 기준이 필요 이상으로 깐깐해 시장 경색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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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한전채 발행 소식도 시장에는 부담이다. 한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조 단위의 채권을 발행해왔다. 한전채는 시장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높이는 주범으로 꼽힌다. 한전은 채권 발행이 일부 유찰되면서 이달 26일 재입찰에 나서고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28일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고채금리가 소폭 하락하면서 일부 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4bp 내린 연 4.221%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과 5년물 금리 역시 전일 대비 각각 15.7bp, 10.8bp 하락한 연 4.346%, 4.383%를 기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단기 채권시장이 강해졌다”면서도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해도 CP와 회사채 등 크레디트물까지 금리가 떨어지는 데는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한 채권시장 경색이 단시간 내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만큼 정부가 유동성 공급 정책을 내놓아도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행 역시 직접 매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분위기 반전에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경색된 채권시장 분위기가 쉽사리 돌아서지 않자 금융 당국은 채안펀드 증액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조 원으로 알려진 채안펀드 규모를 더 늘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제7회 금융의 날 기념식 직후 “한은에서 유동성이 얼마나 어떻게 들어오는지에 따라, 대외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많다”며 “(채안펀드의) 총량을 20조 원으로 얘기했지만 안 되면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서종갑·정혜진·심우일 기자


서종갑 기자·정혜진 기자·유현욱 기자·김민경 기자·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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