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안보 라인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및 ‘북한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자료 삭제 지시는 없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검찰과 감사원 발표에 정면 반박했다. 26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사건 관련 첩보 삭제 지시가 없었다는 답변이 나오면서 정부의 공세에 정면 돌파하는 방향을 선택한 셈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 전 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및 흉악 범죄자 추방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는 판단은 첩보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안보실로부터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 직원에게 제가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 지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정원) 직원들은 지시에 따를 만큼 타락한 바보들이 아니다”라며 “위법한 감사로 수사 중인 사실을 공표하고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데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노 전 실장도 “청와대는 정보나 첩보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 생산된 정보와 첩보를 보고받는 곳이다. 청와대가 정보나 첩보 생산 기관에 정보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제가 아는 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익의 기본인 평화와 안보를 위한 남북 관계조차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전 실장 또한 “자료 삭제 지시는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동해 북한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탈북 어민이 아니라 함께 일하던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대한민국 사회와 국민 안전을 위해 우리 국민 앞에 풀어놓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작성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은폐를 시도했다면 관계 장관들과 보좌진까지 7~8명에 이르는 인원이 심야에 청와대에 모여 회의를 할 이유가 없다”며 “은폐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의 당시 사건 규명을 위한 추가 첩보를 확인할 것을 의논했는데 그 회의에서 은폐를 위해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명 대표도 참석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검찰이 이 대표 본인과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단일 대오를 다지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