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로맨틱 스릴러 ‘돈 워리, 달링’이라는 영화는 ‘걱정말아요, 그대’로 제목을 번역하기엔 반전이 너무 많다. 월드 프리미어가 진행된 베니스 영화제에서 보이밴드 출신 배우 해리 스타일스(28)는 “당신의 것이 아닌 세상에서 놀 수 있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완벽하게 스타일화된 세계에서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허세가 흥미로웠고, 1953년형 쉐보레 콜벳 같은 클래식카 운전도 묘미였다”고 밝혔다.
영화 ‘돈 워리, 달링’은 1950년대 로버트 오웬의 유토피아 실험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스타일화된 빅토리 타운이 배경이다. 매일 아침 남편 잭(해리 스타일스)은 1953년형 포드 선더버드를 몰고 출근하고 아내 앨리스(플로렌스 퓨)는 요리하고 청소하는 집안일을 반복한다. 이웃집 차들로 쉐보레 스타일라인 디럭스(1953), 빨간색 쉐보레 벨 에어(1957), 당시 여성들의 드림카였던 내시 메트로폴리탄(1953)와 차고 속 보물로 통하던 스튜드베이커 챔피언(1950) 등이 등장해 이들의 부유한 삶을 과시한다.
원색적이고 강렬한 영화세트 디자인은 “매력적인 장소에서, 매력 넘치는 사람들이 매력있는 일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 뉴욕 출신 포토그래퍼 슬림 애런스(1916-2007)의 작품세계가 원천이다.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은 애런스 사진 ‘풀사이드 가십’의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밝혔는데 저명한 건축가 리처드 뉴트라가 카우프만 가족을 위해 지은 별장 ‘카우프만 하우스’에서 촬영된 작품이다. 그럼에도 ‘돈 워리, 달링’은 친근하고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유명인들을 피사체로 삼던 슬림 에런스와의 사진과는 판이하다. 유토피아 공동체의 허상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해리 스타일스는 “당신이 살아가는 커뮤니티는 무엇을 만들든 마찬가지다. 진정한 커뮤니티 구축이 중요한데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보다 일상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가 속한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이 영화는 ‘신뢰성’의 좋은 예가 됐다”고 밝혔다.
허세와 치기로 가득해 보이는 해리 스타일스는 가십을 몰고 다니는 사랑꾼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신나게 사랑하라고 했다지만 스타일스는 청춘의 사치를 만끽하는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보이밴드 ‘원디렉션’으로 데뷔해 솔로 가수 활동을 한 최근까지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들(카밀 로우, 사라 삼파이우, 나딘 레오폴드, 카라 델라빈)과 염문설이 끊이지 않았다. 또 밴드 활동이 왕성했던 시기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공개 연애를 선언했고 결혼설까지 나돌았다.
영화 ‘돈 워리 달링’ 촬영 중에도 어김없이 스캔들이 터졌다. 영화 속 부부로 나온 플로렌스 퓨(26)가 아니라 10살 연상의 두 아이 엄마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이 공개 연애의 대상이었다. 와일드 감독은 이 영화에 버니로 출연도 했다. 워낙 누나팬, 엄마팬을 몰고 다니는 타일러 스타일스인지라 팬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할리우드 영화계에는 캐스팅 비화가 나돌았다. 이 모든 가십에도 ‘돈 워리, 달링’은 미국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해리 스타일스에게 ‘연기 꽤 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2017)에서 영국군 사병 알렉스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올해 두번째 영화 ‘마이 폴리스맨’으로 2022 토론토영화제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동성애가 불법이던 1950년대 후반 게이 경찰관을 연기한 스타일스는 토론토 레드카펫에서 또 하나의 가십거리를 만들어냈다. 화려한 반지를 3개나 낀 손으로 구찌 그린 가방(1947 뱀부 탑 핸들 모델)을 들고 레드카펫에 선 것이다. 식물 잎사귀 모양의 타투를 한 가슴팎을 보여주는 대신 큼직한 초록 잎새 장식을 주머니에 단 에머랄드 그린 재킷 바람으로 라임 그린 팬츠를 매치한 그의 모습이 다음 공개연애의 주인공을 궁금하게 만든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부국장, HFPA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