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환자 2명 중 1명은 불충분한 치료 효과와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 환우들의 모임인 한국건선협회는 ‘세계 건선의 날’(10월 29일)을 맞아 '치료 접근성 및 교육'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세계건선연맹(IFPA)과 협력을 통해 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3개국 건선 관련 환우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는 건선 또는 건선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아시아 지역 환자와 보호자 635명이 참여했다. 그 중 한국에서 참여한 응답자는 233명이다.
건선 치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6%는 불충분한 치료 효과를 꼽았다. 경제적 부담이라는 응답은 52%로 근소한 차로 2위에 올랐다. 그 중 치료비 부담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7%였으며,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 또는 줄이거나 치료비를 빌린 적이 있다는 응답도 26%나 됐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체내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발현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각질이 겹겹이 쌓여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거나 붉어지는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전염성은 없지만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다 보니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스스로 위축되는 환자들이 많다. 건선 환자에서 우울증 빈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만큼 건선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다.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건선성 관절염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등과 같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건선 환자들은 개별 증상과 상태에 따라 피부에 바르는 국소도포제와 광치료법, 전신에 작용하는 약물요법 등의 치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건선과 관련된 특정 면역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 또는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치료 효과가 높아졌다. 체내 면역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IL)-12 또는 23, 17 등을 억제하는 약물들이 시판 중이다. 그 결과 건선 중증도 평가에 쓰이는 PASI(Psoriasis Aria and Severity Index) 지수 100을 치료 목표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PASI 100은 건선의 침범 범위 및 기저치 대비 100% 개선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피부가 완전히 깨끗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선 치료목표를 물었을 때 ‘피부 깨끗해짐 유지’라는 응답이 77%로 가장 많았다. '완전히 깨끗해짐'이란 응답도 68%에 달했다. 다음으로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27%)·피부가 빠르게 깨끗해짐(27%)·동반질환 개선(25%)·병원 진료횟수 감소(22%) 등의 순이었다.
'피부가 완전히 깨끗해짐'을 선택한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나 완전하게 피부가 깨끗해지는 것을 기대하느냐’라고 묻자 ‘전혀 병변이 없이 전신 피부가 완전히 치유되고 깨끗해지는 것(PASI 100)’이라는 응답이 47%, ‘거의 전신의 피부가 깨끗해지는 것(PASI 90)’이라는 응답이 39%로 조사됐다. 효과가 좋은 생물학적 제제들의 등장으로 피부가 깨끗해지는 경험을 하는 환자들이 생기면서 그러한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원하는 수준으로 치료 목표가 진화했다는 게 협회 측의 분석이다.
다행히 올해 1월 1일부터 광선치료 3개월 의무치료 조항이 사라지는 등 건선 산정특례 기준이 완화되며 치료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비용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치료 목표에 대한 의료진과의 소통이 환자들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다. 조사 결과 의료진과 치료 목표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한다는 응답자는 36%, 의료진과 치료에 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 함께 협력한다는 환자는 44%였다. 또한 응답자의 39%가 현재 증상 관리 및 치료 결과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 홍콩, 말레이시아 3개국 모두 의료진과 치료 목표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할수록, 의사와 함께 치료제를 결정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 목표를 소통하고, 치료제를 함께 결정하는 환자일수록 만족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최신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의사와 정기적으로 치료 목표를 소통하고 함께 치료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건선은 일시적으로 좋아지더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증상이 악화되기 쉬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우유리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겨울은 날씨가 춥고 건조한 데다 일조 시간이 짧아 피부 증상이 더욱 도드라진다"며 “비슷한 각질성 피부질환이 많은 만큼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제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