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중국 시장에서 힘을 잃고 있다. 애국주의에 따라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궈차오' 문화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로레알·에스티로더그룹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공격 영업에 나서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변심에 실적 직격탄을 맞은 국내 뷰티기업들은 일본과 북미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20억 원, 매출은 1조1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 8% 감소한 규모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9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고, 매출 역시 7% 줄어든 1조 8703억 원이다. 화장품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69%나 줄었다.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후' 매출이 34% 감소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LG생활건강 측은 "중국 경제 전반의 침체와 원자재 및 환율 영향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탓"이라고 밝혔다.
뷰티 업계에서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악화된 것 외에 중국 내 한국산 화장품 브랜드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국주의 운동이 퍼지며 자국 화장품 브랜드인 'C뷰티(차이나 뷰티)'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PWC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인 응답자 중 국산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45%로 지난해 같은달(35%)보다 10%포인트 많아졌다. 반면 외국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은 24%에서 21%로 낮아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 해외 화장품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일본과 북미 시장을 개척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681억 원을 투자해 미국의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 운영사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기업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라네즈를 일본에 공식 론칭하고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북미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미국 화장품 기업 '더 크렘샵'을 1485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2013년 일본 화장품 기업 에버라이프(3076억 원)와 2020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판권(1900억 원) 인수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체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C뷰티 역시 기능성이 추가된 라인업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며 "해외영토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