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급대 도착하는데 1시간 더 걸려…'4분 골든타임' 놓쳤다

■핼러윈 대참사…왜 피해 컸나

신고 접수후 2분만에 출동했지만

인파·차량 뒤엉켜 현장접근 지연

300명 이상 호흡곤란·심정지에

심폐소생술 실시할 인력도 부족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구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구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으로 구급차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등 신속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사망자 대부분이 심정지·호흡곤란 환자였던 만큼 이들을 살리기 위한 ‘4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조대가 최초 신고 접수 이후 출동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분 남짓으로 파악됐다. 출동 시간은 빨랐지만 참사가 발생한 29일은 핼러윈을 앞둔 주말 저녁으로 이태원동 일대 도로가 마비돼 구급차가 거북이 행보를 보였다. 소방 상황실에는 10시 24분부터 사람이 깔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뒤 1시간 동안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신고가 81건 접수됐다. 하지만 구급차가 현장에 본격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다 돼서였다. 출동부터 도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체된 셈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형도 사상자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 해당 장소는 이태원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내려오는 길이 45m, 폭 4m 내외의 비좁은 골목길이다. 성인 5명 정도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 수많은 인파가 뒤엉키면서 희생자들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깔려 구조대가 이들을 빼내는 데 곤경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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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한 분이 넘어지면서 계속 희생자들이 차곡차곡 넘어지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호흡곤란·심정지 환자가 300명 넘게 대거 발생하면서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했던 부분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순환이 중단되고 특히 뇌에 4~5분만 피가 차단돼도 영구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즉각적인 CPR 실시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CPR 응급처치법 등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사고 현장에 응급처치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CPR을 직접 시행해 인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안전 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채택하는 등 안전에 대한 관심이 낮다”며 “반면 미국·독일 등 선진국의 안전 교육은 고등학교까지 의무화고, 실습 위주 훈련으로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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