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디 좋은 세상으로"…'이태원 참사' 현장에 흐른 추모 물결

국적·나이 가리지 않고 추모 발걸음 이어져

부산 출신 20대 청년 "도움 되지 못해 안타까워"

"세상 떠난 아들 생각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합동분향소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차려질 예정

추모를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김동춘(29) 씨가 남긴 꽃과 글. 이건율 기자추모를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김동춘(29) 씨가 남긴 꽃과 글. 이건율 기자




“저 좁은 골목에서 파릇파릇한 청춘이 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집에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 나왔습니다”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30일 추모를 위해 사고 현장을 찾았다는 박 모(59) 씨는 “세월호 사건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부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처럼 말했다. 꾸역꾸역 말을 이어가던 박 씨는 입을 다문 채 한참 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박 씨의 눈시울이 붉었다.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고로 15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30일 사고 현장에는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는 노인들부터 어린아이, 외국인 유학생 등 나이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익명의 시민들이 들고 온꽃과 술이 사고 현장 주변에 하나둘씩 놓였다. 간이 분향소의 모양새가 금세 갖춰졌다. 분향소 앞에 선 시민들은 하루 아침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을 향해 술을 올렸다. 어떤 이는 절을 했고, 어떤 이는 제자리에 선 채 눈을 감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날 아침 사고 소식을 접하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김동춘(29) 씨는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벌렁벌렁 뛰며 눈물이 나왔다”고 울먹였다. 이어 김 씨는 “제가 서울에 살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이 자리에 꽃만 들고 서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추모 글과 꽃을 사고 현장에 두고 홀연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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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적의 왕단치(26) 씨도 “나와 같은 20대가 많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아 이곳을 방문했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친구는 우울한 마음에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찾은 김상덕(49) 씨가 술을 따르고 있다. 이건율 기자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찾은 김상덕(49) 씨가 술을 따르고 있다. 이건율 기자


사망자 대부분이 젊은 층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애도를 위해 많은 중·장년층 시민들이 현장을 찾기도 했다. 서울 합정동에 거주한다는 전 모(65) 씨는 “젊은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애도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았다”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며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사건 현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박 모(61) 씨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우리 아들이 생각난다”며 “아들과 딸을 잃은 그 모든 부모들을 안고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망자) 대부분이 우리 아들·딸과 같은 젊은 분들”이라며 “사상자 분들의 가족과 친지, 무엇보다 아들과 딸을 잃으신 부모님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사망한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는 31일 10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이번 대참사는 29일 오후 10시 22분께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발생했다. 약 50평 내외의 공간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일부 시민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며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5~6겹으로 깔린 사람들은 혼절했고 “살려달라”며 구조를 청하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이 밑바닥에 깔린 사람을 꺼내려 했지만 가중된 무게에 사람이 빠지지 않았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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