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대만 TSMC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나간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의 라이벌이지만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오월동주’에 나서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19개 파트너 회사와 함께 ‘3D패브릭얼라이언스’라는 플랫폼을 조직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설계(EDA), 기판 등 칩 제조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 회사들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TSMC는 협력사 리스트에 국내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포함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세 회사 간 협력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TSMC가 협력을 공식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력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TSMC와 공유한다. 하경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TSMC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미래 HBM 기술을 확장해 고객들의 혁신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TSMC가 ‘3D 패키징’ 분야에서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 얼라이언스를 만든 것으로 해석한다. 3D 패키징은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한 곳에 수직으로 쌓거나 평평하게 배치해 하나의 칩처럼 동작하도록 만드는 미래 칩 제조 기술이다. 아직 기술이 무르익지 않아 공정 표준화를 먼저 해낼수록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 반도체 제조에서도 왕좌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TSMC의 목표가 이번 발표에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치열하게 쫓아가면서도 시너지를 낼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파운드리 1위 회사와의 동맹으로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협력으로 얻은 결과를 파운드리 사업에 응용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이번 동맹 사례 외에도 글로벌 거대 칩 기업들은 라이벌과의 활발한 기술 동맹으로 차세대 칩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칩4’ 동맹국인 한국·미국·일본·대만 회사들 사이에서 반도체 기술 표준화와 칩 생산을 위한 공조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