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금융 당국이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뒤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출 한도가 지금보다 얼마나 늘어나는지였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풀어주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유지하는 것으로, 차주들은 지금보다 대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시중은행에 의뢰해 소득 구간별 최대 대출액 기사를 쓰다 보니 연 소득에 따라 대출 가능액 편차가 너무 커 당혹스러웠다.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인 차주는 혜택이 전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한도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시장금리 인상에 따라 오른 대출금리에 대한 부담감만 커졌다. 반면 연 소득 1억 원 이상이거나 2억 원 이상의 맞벌이 고소득 차주의 경우 최대 대출액이 전보다 3억 원이나 늘어날 정도로 한도가 급증했다. 기사가 나간 뒤 ‘생색내기 정책’이라며 인터넷의 댓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연 소득이 높든 낮든 모두 이번 대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던 고소득자조차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봉 1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라도 부양가족이 많아 매달 기본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많고 대출 상단 금리가 연 6%를 넘다 보니 대출 가능액이 늘어나도 대출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독자는 결국 현금을 많이 보유한 차주만 혜택을 보는 대책이라며 아쉬워했다. 특히 한 독자는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 정부가 부실차주에 대한 빚은 적극적으로 탕감해주면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안심전환대출 등은 막상 이용하려고 보면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안심전환대출의 주택 가격 요건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완화됐지만 지난달 기준 6억 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 가구 수는 전체의 40%도 채 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보기에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대출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서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대출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차주의 상환 여부나 의지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