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등 굵직한 건설사들이 자금난으로 부도가 임박했다는 내용을 담은 지라시(정보지)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유포됐다. 그러나 본지가 거론된 회사들의 자금 상황을 확인한 결과, 지라시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건설사들은 지라시 유포자를 찾는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2일 건설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건설사 부도 리스크 보고(22년 10월 28일)’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삽시간에 퍼졌다. 한 장의 표로 구성된 해당 문건은 태영건설과 한동개발산업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부도임박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동양건설산업과 롯데건설, 동부건설, 아이에스동서, 한양 등은 부도 고위험 군에 속한다고 기록했다.
해당 문건이 주목 받은 이유는 기업별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를 세부적으로 분석했던 점인데, 예를 들어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우려되며 내년 상반기까지 383억원을 상환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했다. 한양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오는 회사채 1150억원, 아이에스동서도 내년 상반기 만기가 오는 회사채 1200억원을 갚지 못해 위험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서울경제가 상장사를 다수 포함한 리스트 속 건설사들에 개별적으로 문의한 결과 사실관계가 상당히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롯데건설은 해당 문건에서 회사를 뒤흔들 리스크 문제로 언급된 ‘둔촌주공 PF 자산담보부단기채(전단채) 차환실패’는 이미 지난달 28일 KB증권을 통해 차환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레고랜드 PF부실과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회사채 750억원이 문제로 지적된 동부건설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재무담당 임원은 “동부건설 연간 매출액이 1조 3000억 원 규모고 올해 영업이익률이 4~5%로 예상되는데 130억 원 가량 공사대금을 못 받는 것으로 회사가 흔들리지 않는다”며 “회사채 관련해서는 내년 상반기 750억 원 정도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지 않는 건설사는 드문데 저 문건의 리스트가 맞다면 한국 모든 건설사가 고위험으로 분류돼야 할 수준”고 답했다.
한양도 내년 6월에 만기가 오는 회사채 1150억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 가운데 350억원은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받은 것이라 만기연장에 문제가 없으며, 나머지는 ESG 채권(최고 등급GB1)으로 일반 회사채와 성격이 달라 부동산 PF 불안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양 관계자는 “연결기준 부채비율 133%로 양호한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태영건설은 문건에서 언급한 자사 도급순위도 사실과 다르고 세부적인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해당 문건서 언급된 일부 회사는 사실과 다른 괴소문이 퍼지며 경영상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적극 해명에 나서는 동시에 법적 대응도 고민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언급된 자사의 도급순위부터 틀리고 PF가 이미 종료된 곳이라 문제가 없다. 금융권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건 출처를 찾아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