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회수 뭐길래"…부상자 병실에도 카메라 들이댄 인터넷 방송인

■이태원 참사 2차 가해 확산 우려

일부 인터넷 방송인, 병실에 출입 시도

SNS에는 참사 책임을 사상자들에 돌리기도

"과한 욕설 및 촬영, 모욕죄 등 불법 가능성"

한 시민이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분향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한 시민이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분향을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에 전 국민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인터넷 방송인이 찍은 영상 등으로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참사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등의 무분별한 발언까지 나와 논란이다.

2일 경찰·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일부 인터넷 방송인들은 참사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소재 한 병원을 방문해 촬영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방송인은 피해자의 지인인 척 병실에 접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방송인은 자신을 관계자라고 소개하거나 임의로 만든 명함을 내밀기도 했다. 대부분의 방송인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위해 중계하듯 영상을 촬영하고 피해자와 유족에 무턱대고 질문하는 만큼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신속한 대응을 위해 병원과 연락 체계를 구축해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이 피해자와 직접 관계가 없는 제3자에 대한 퇴거를 요청할 경우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피해자가 있는 모든 병원에는 경찰이 배치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유튜브 같은 경우 의료 행위에 방해가 될 수 있고 환자의 초상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높다”며 “병원 측의 퇴거 요청에 불응할 경우 형사 입건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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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인들의 무분별한 촬영 행태는 참사 당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방송인들은 참사 현장을 배경으로 현장 사진을 찍거나 삼각대로 이미 숨을 거둔 피해자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경찰과 소방관이 현장 정리를 위해 여러 차례 “돌아가라”고 소리쳤지만 인터넷 방송인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한 김 모(30) 씨는 “사고 현장에 휴대폰을 셀카봉에 끼우고 영상을 촬영하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많았다”며 “몇몇 방송인들은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의 얼굴과 신체를 평가하기도 했다”고 분노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은 피해자들에게 있고 사회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장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실상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놀러갔다가 저리 됐는데(죽었는데) 왜 우리가 슬퍼해야 하나” “질서 안 지킨 본인 탓이 제일 크다” “사람 많은 줄 알면서도 좀비같이 몰려간 사람들 본인이 잘못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앞서 경찰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등의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사이버대책상황실을 편성하고 사이버 수사관을 투입해 관련 사항을 통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2차 가해 행태 중 일부는 모욕죄 및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의견 표명을 하는 수준의 지적에는 법적 처벌이 이뤄지기가 어렵지만 인터넷상에서 욕설을 하는 경우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방송인들이 촬영한) 참사 현장 영상도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원하지 않는 모습들을 공개한 것이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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