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팝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걸그룹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빌보드에도 진출했다. 올해 5월 데뷔한 르세라핌과 신선한 콘셉트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여자)아이들이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K팝 걸그룹의 세계적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빌보드는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의 5일자 차트를 공개하며 르세라핌의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이 14위에, (여자)아이들의 미니 5집 ‘아이 러브’가 7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데뷔 6개월 차인 르세라핌은 이번 차트를 통해 K팝 걸그룹 역사상 최단기간 빌보드200 입성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또 이들이 기록한 14위는 2020년 이후 데뷔한 걸그룹 중 가장 높은 순위다.
2018년 데뷔해 작사·작곡 등 자체 프로듀싱 능력을 겸비한 실력파 걸그룹 (여자)아이들도 데뷔 후 첫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을 달성했다. 3월 발매한 ‘톰보이’가 스포티파이 1억 스트리밍을 넘어서며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여자)아이들은 지난달 17일 발매한 신보 ‘아이 러브’와 타이틀곡 ‘누드’로 국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튠즈 앨범 차트 전 세계 40개 지역에서 1위도 차지했다.
지난 9월 K팝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200 1위를 달성한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도 100위에 이름을 올려 인기를 이어갔다. 이번 차트에 오른 보이그룹은 ‘맥시던트’로 27위에 오른 스트레이 키즈와 ‘프루프’로 52위에 오른 BTS 두 팀으로, 걸그룹이 K팝의 대세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BTS 등 보이그룹 중심이었던 K팝 인기의 중심축이 걸그룹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2018년·2019년 빌보드200 진입 걸그룹은 블랙핑크 한 팀이었고, 2021년에는 있지·에스파·트와이스의 세 팀이었다. 올해는 에스파·있지·트와이스·블랙핑크·르세라핌·(여자)아이들로 총 6팀이 차트에 올랐다. 트와이스의 멤버인 나연의 솔로까지 포함하면 7팀이다.
K팝 걸그룹들의 인기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상을 음악과 퍼포먼스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은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멤버들의 서사를 가사에 담아 주목받았고, (여자)아이들의 ‘누드’도 자신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고, 꾸밈없는 본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에스파·블랙핑크 등도 당당하고 강렬한 콘셉트를 통해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김숙영 UCLA 연극학과 교수는 “걸그룹은 이제 우상화의 대상이 아닌 자아화의 대상이 되었고, 그것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