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단독] '만능' 외교부 요구하면서…업무 10배 늘 때, 인력 30% 증가 그쳐

외교부 공무원, 30년 전 대비 31% 늘어

"업무 10배 증가할 동안 인력 2배 늘어"

볼멘소리 많지만…1.5배도 늘지 않은 셈

"스스로 예산·인력 확충 노력해야" 지적도

외교부./연합뉴스외교부./연합뉴스




지난 30년간 국격 상승, 국제 현안 다변화로 외교부 업무가 크게 늘었지만 여타 부처와 비교할 때 외교 인력은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외교부 공무원 정원은 2522명으로 30년 전인 1992년(1923명)과 비교해 599명(약 31.15%) 늘었다. 외교가에서는 “업무량이 열 배 늘어날 동안 인력은 두 배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주를 이루지만 두 배는커녕 1.5배도 증가하지 않은 셈이다. 경찰공무원의 경우 1992년부터 지난해 사이 58.42%가량 인원이 늘었다.




외교부 인력이 30년간 소폭 증가하는 동안 직원 1명이 처리해야 할 업무는 크게 늘었다. 한국을 찾는 총리급 이상 외빈만 해도 3배 이상 증가했다. 1992년에는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총 10개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직전 정상 외교가 가장 활발했던 2018년에는 총 32개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수교국도 1992년 169개국에서 올해 기준 191개국으로 늘었으며 한국에 있는 외국 공관도 1992년 85개에서 145개로 증가했다.

관련기사



경제 안보, 신흥 안보와 같은 새로운 현안이 생겨나며 외교부 업무 역시 범위가 넓어졌다. 외교부는 현재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이른바 ‘칩4’로 불리는 반도체공급망협력대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응하고 있다. 2020~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백신 수급 업무도 맡았다. 특히 외교부는 최근 들어 2차관 산하의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업무가 크게 늘자 ‘과학기술사이버국’을 별도 신설할 방침이지만 ‘슬림화’를 추구하는 새 정부의 기조상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업무 강도 역시 심각하다. 한 직원은 “금요일은 오히려 마음 놓고 야근할 수 있어서 좋다. 토요일은 쉬지 않느냐”고 말할 정도다. 해외 공관 인력도 부족하다. 최근 본부로 복귀한 한 당국자는 “공관으로 전화가 1000통이 걸려오면 자동으로 전화가 더 오지 않도록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되는데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는 공관 전화가 매일 자동으로 멈췄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외교부 인력 부족 문제가 결국 국회 업무를 소홀히 한 외교부의 잘못이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다른 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를 상대로 예산과 인력 증원 필요성을 자주 피력하는데 본부와 공관에서 번갈아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경우 적극적인 ‘세일즈’ 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인사는 “모 부처 1급 공무원은 국회의원실 비서에게까지 호소한다”면서 “박진 장관도 외교부 직원들에게 국회를 자주 찾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박경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