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크레디트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의 울리히 쾨르너 최고경영자(CEO)가 10월 7일 “앞으로 구조조정을 더 하면 은행의 장기적인 전망이 밝아질 것”이라는 내용으로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한 통이 재앙의 트리거가 됐다. 이 메시지가 ‘구조조정을 더 해야 하는 절박한 위기’로 해석되면서 같은 달 10일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가 11.5%나 폭락한 것이다. 직원들을 다독이려던 CEO의 메시지가 되레 재앙을 자초한 꼴이 됐다.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럽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줄여서 CS로도 불린다. 1856년 스위스 철도 시스템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돼 철도·전기 등 기간 시설 건설을 뒷받침했다. 1900년에는 스위스 중산층의 비약적인 성장에 발맞춰 상업은행으로 전환했다. UBS와의 스위스 양대 은행 경쟁 구도는 이때 형성됐다. 1905년 바젤에 첫 국내 지부를, 1940년 미국 뉴욕에 첫 해외 지부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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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는 1988년 미국 투자은행 퍼스트보스턴(First Boston)과 합쳐 사명을 CSFB로 바꾸고 윈터더그룹, 스위스 폴크스뱅크, 스위스 아메리칸증권, 뱅크루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면서도 외형 성장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 2002년·2004년·2006년 세 차례에 걸쳐 소매금융과 투자은행 부문을 시장 흐름에 맞게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전 세계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피해를 덜 보고 건실하게 버텨낸 은행으로 꼽힐 수 있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일 크레디트스위스의 장기 신용 등급을 종전 ‘BBB’에서 ‘-BBB’로 한 계단 낮췄다. 자력 회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결과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초 범죄자들의 검은돈을 운용해온 것이 폭로됐고 최근에는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초우량이던 크레디트스위스도 부패·무능 경영으로 파산설에 휩싸이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사선(死線)을 걷고 있는 우리 기업들과 정부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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