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의원들이 한일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계기에 첫 양자 정상회담을 열고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튼 가운데 국회에서도 경제·안보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3일 한일·일한 의원연맹은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합동총회를 열어 양국의 관계 개선과 경제·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담은 공동성명서에 합의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2년 9개월여 만에 열린 한일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총회는 일본 정부가 이달 중순에 예정된 국제회의에서 공식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이 쏠렸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도 이후 오후 브리핑에서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씀드리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거듭 표했다.
정진석 위원장도 일한의원연맹 의원들이 방한 직후 합동분향소를 찾았던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일본인 희생자를 거론하며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양국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을 거론하며 한일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 필요성을 거론했다. 정 위원장은 연이틀 계속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을 향한 방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7차 핵실험을 목표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핵보유국 북한과의 대치는 숙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 안보협력이 이전보다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와 에너지·식량 위기 등에 연동된 물가 상승 등을 거론하면서 “규범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현재 일한·일한미 협력 진전이 지금만큼 중요한 시기는 없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해 협력해 나아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의사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은 인사말에서 “러시아에 당장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 무장화 움직임은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대한 위험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국 의원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양국 간 셔틀외교 부활 ▲동북아 안보 대화 적극 추진 ▲에너지 안전보장, 공급망 강화 등 경제안전보장 분야 협력 적극 추진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날 합동총회에 한국 측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과 함께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장, 노웅래 의원 등 45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누카가 후쿠시로(자민당) 일한의원연맹 회장,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등을 비롯해 방한대표단 18명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