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마저 은행 대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연 4% 이상의 금리를 부담하며 은행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사태와 금융회사 신용 경색 등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진 가운데 은행 대출로 자금조달 창구를 변경했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도 24일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금리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대기업의 은행 신규 대출 가운데 연 금리 4% 이상의 비중은 61.2%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 비중이 5.8%였는데 1년 만에 55.4%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5% 이상의 금리를 부담하는 대기업의 비중도 16.5%에 달했다. 3% 미만의 저금리로 대출한 대기업은 0.4%에 불과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대기업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9월 대기업의 은행 대출 증가액은 27조 900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대출 증가액(7조 7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10월 한 달간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약 6조 6700억 원 증가했다. 올해에만도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34조 원 이상에 달한다.
문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 대기업의 대출금리가 5%를 웃돌며 이자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9월 기준 대기업의 신규 은행 대출금리(가중평균 기준)는 4.38%로 전월에 비해 0.15%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기업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73%에 달해 기존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 관리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추세에 따라 기업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만 빚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