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무인기)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란제 드론을 러시아에 공급한 적이 없다는 그간의 주장을 처음으로 뒤집은 것이다. 다만 드론을 보낸 시점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이고 수량도 소수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 IRNA통신에 “우크라이나 전쟁 수개월 전에 러시아에 한정된 수량의 드론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제공받기로 했다”면서 “사실이 입증되면 이란 정부도 이 문제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드론과 함께 미사일까지 제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일축했다.
그간 서방국들은 러시아가 이란에서 만든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발전소, 수도 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했다고 비난해왔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가 사용한 드론이 이란제 ‘샤헤드 136’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서방의 거듭된 의혹에도 드론 제공 사실을 부인하던 이란이 돌연 입장을 번복한 데는 최근 서방의 제재 수위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9월 이란제 드론의 러시아 운송을 도운 이란 회사를 제재했다. 지난달에는 영국이 이란 장성 3명과 방산 업체 1곳을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혐의로 제재했고 유럽연합(EU)도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에 합의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한정된 수량의 드론만 공급했다는 이란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디오 연설에서 “4일 하루에만 드론 11대를 격추했다”며 “이란이 계속 거짓말을 한다면 러시아와 이란 정부의 ‘테러 협력’과 러시아가 이란에 지불한 대가 등에 대해 세계가 더욱 철저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