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꾸준히 재해를 맞은 이웃을 위해 기부해 온 익명의 남성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위해서도 1000만 원의 성금을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7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경남모금회)에 따르면 오전 9시께 경남 창원시 경남모금회 모금사업팀장에게 발신자 표시 제한이 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경남모금회에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지속해서 기부를 해온 사랑의 열매를 통해 성금을 내고 싶다. 사무국 입구 모금함에 성금을 놓아두고 간다”고 전했다.
경남모금회 직원이 바로 모금함을 확인해봤더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손 편지와 함께 5만원권으로 이뤄진 현금 1000만 원이 들어있었다.
편지에서 남성은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희생자분들을 애도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그냥 같이 울겠다. 약소하나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유가족분들께 전달되길 바란다”고 썼다.
경남모금회는 익명의 기부자가 오전 8시 30분∼9시 사이에 돈을 모금함에 넣고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기부금을 모금함에 넣은 후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로 연락을 해온 점과 손 편지 필체로 미뤄봤을 때, 이번 익명의 기부자는 5년간 같은 방식을 사용해 온 기부자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익명 기부자는 2017년 연말 이웃사랑 캠페인을 시작으로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피해자 지원, 2020년 코로나19 및 호우피해 지원, 2022년 대형산불과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에도 성금을 보탰다.
경남모금회는 익명 기부자 뜻에 따라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에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이태원 참사에 관련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모이고 있다. 삼성·현대중공업·KT&G 등 재계를 비롯해 종교계, 그룹 에이티즈·배우 이영애 등 연예계도 이태원 참사 지원을 위해 성금을 보탰다. 이태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꽃을 무료로 나눠주는 시민도 있었고, 인근에 위치한 한 빵집은 경찰·소방관을 위해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