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살림이 빠듯해지자 ‘투잡’을 뛰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물가를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닥칠 가능성을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규직이면서 파트타임으로 추가로 일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미 노동부의 10월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이면서 이처럼 투잡을 뛰는 사람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450만 명에 달했다. 구인 사이트 몬스터닷컴이 1700명 이상의 미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4분의 3 이상이 높은 물가 때문에 추가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고 답했다.
이는 고물가로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월 9.1%(전년 대비)로 정점을 찍은 뒤에도 여전히 8%대를 유지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진 것이다. WSJ는 최근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36%가 고물가로 살림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씀씀이가 커지는 연말을 앞두고 부업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 구인·구직 회사 켈리서비스의 제니퍼 니펜버그 최고채용담당자는 “블루칼라 노동자뿐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들도 부업을 찾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사무직 전문가 100명 중 한 명꼴로 부업을 원했다면 지금은 30명 중 한 명꼴”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가를 낮추기 위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CEO들 사이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 및 보험 체인 로스의 제임스 티시 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금융위기만큼 격변적이지는 않더라도 결국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임시CEO도 침체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포함 기업 중 3분기 실적을 공개한 409곳의 실적 발표에서 경기 침체라는 단어는 165번이나 등장해 지난해 3분기의 42번에 비해 약 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