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중간선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4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6%, 1.02% 뛰었는데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장은 중간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가져가는 게 나은지, 아니면 민주당과 하나씩 분할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리지만 어쨌든 공화당이 의회에서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정부 재정지출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요. 월가가 기대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죠.
전날 급등했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하락하면서 증시 상승을 도왔습니다. 어제 4.2%도 훌쩍 뛰어넘었던 10년 물 국채금리가 4.13%까지 내려왔는데요.
별도로 비트코인 가격 변동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습니다. 이날 비트코인이 개당 2만 달러가 깨진 뒤 급등한 다음 다시 폭락했는데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쟁업체 FTX 인수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혼란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월가도 어제의 국채금리에 관해서는 의문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날 중간선거와 함께 국채시장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오늘은 국채금리를 둘러싼 상황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글로벌 금융시장과 중간선거 이후의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日, 미국채 보유량 1년 새 1200억 달러↓ 단기물 부족 땐 장기물 매각 가능”…“수천 억 달러 규모 옵션 거래 변동성 더 키워”
우선 미 국채금리 동향부터 살펴보죠. 오늘은 다시 내려왔지만 어제만 해도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 시 ‘연방정부 지출감소→미 국채금리 하락→증시 유리’라는 분석에도 국채금리가 높이 올랐었는데요. 그동안 거론돼 오던 유동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죠.
이날 시장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왔습니다. 우선 일본 요인인데요. 이미 지난 9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환율개입이 미 국채금리 상승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 최근 월가에서 일본의 미 국채매각 공포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미 재무부와 연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일본의 미 국채 보유량은 1조1998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런데 올 들어 감소폭이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1조3197억 달러였던 일본의 미 국채보유 규모가 1년 새 1199억 달러나 줄어들었는데요.
9월에는 일본이 공식적으로 환율시장 개입이 있었습니다. 일본 재무성의 자료를 보면 6월1일 기준 1조530억 달러 수준이었던 일본의 해외증권 보유액이 10월1일에는 941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고 합니다. 미 재무부 자료가 아직 8월까지여서 재무성 것으로 간접 추정해보면 일본의 미 국채보유량은 더 줄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기간 일본이 갖고 있는 해외예금(1360억 달러)은 변동이 었었기 때문인데요. 미 외교협회(CFR)의 선임 펠로인 브래스 셋서는 “앞으로 일본이 새로 (미 국채를) 매입할지 불명확하다”며 “일본의 매수액 감소는 국채금리에 더 많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실제 월가에서는 일본 정부가 환율방어를 계속하게 되면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국채가격에 심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국채를 팔지는 않은 것 같고 장기채권을 팔면 시장 혼란이 커지기 때문에 단기국채를 매각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엔화 약세가 일본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이에서 생기고 있다는 점과 일본은행(BOJ)의 금리기조를 고려하면 엔화 약세는 더 심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개입도 더 많아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어느 시점부터는 일본 정부가 빠른 속도로 미 국채매각에 나서면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월가에서는 일본 정부와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환율방어 △엔화약세에 따른 외환 리스크 △장단기 금리역전 등에 미 국채에 투자할 요인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보는데요.
엔화가 약세면 달러자산 보유 시 부담일테고, 지금까지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 미 국채에 투자해 금리차이만큼 수익을 내왔는데 금리가 역전됐으니 이런 형태의 거래도 무의미하다는 거죠. 엑산트 데이터에 따르면 4월부터 9월까지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기금의 해외채권 보유액이 400억 달러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온 일본은 기본적으로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인플레는 이제야 3% 수준입니다. 기준금리를 올릴 이유가 적은 것이죠.
사실 미국이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를 내면서도 버틸 수 있는 건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미 국채를 계속 사주기 때문인데요. 가장 큰 손인 일본이 빠진 부분은 누군가 이를 대신해주거나 그만큼 금리가 올라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일본이 미 국채를 마구잡이로 매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경제전쟁을 뜻하지요. SMBC 니코의 야마자키는 “미 국채매각에 관해서는 일본과 미국 사이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일본은 아마도 장기 미 국채금리에 대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단기 국채를 팔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중국도 미국 국채 보유량을 계속 줄여나가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미중 갈등 이후 중국 정부는 꾸준히 미 국채보유 규모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 간 일본이 1199억 달러 감소할 때 중국은 1조470억 달러에서 9718억 달러로 752억 달러 줄었는데요. 홍콩(293억 달러)을 더하면 1045억 달러 수준으로 일본과 맞먹습니다.
로젠그렌 전 보스턴 총재 “미 내년에 침체…기준금리 최소 5.5% 가야”
다만,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액이 7조5788억 달러에서 7조5090억 달러로 700억 달러가량만 줄었다는 것은 아직은 다른 나라에서 물량을 받아준다는 의미인데요. 강달러 지속과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10년 미 국채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수급 그중에서도 해외수요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는 앞서도 말씀드렸듯 유동성과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요. 실제 모건스탠리는 10년 미 국채 경과물이 유동성이 가장 크게 훼손됐고 20년, 30년, 5년 물이 뒤를 잇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해외수요가 많이 준다면 미 정부가 국채발행을 줄이거나 아니면 미국 내부에서(예. 연준이나 미국 은행)에서 그 물량을 대신 받아주면 시장에 문제가 없긴 하겠죠. 공화당의 의회장악이 국채금리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건 이런 상황도 종합적으로 감안할 수 있겠는데요. 더하고 빼는 게임이라 어떤 것이 더 크냐가 관건이지만 미국 내 수요가 금리를 낮출 요인이 될 겁니다.
월가에서 연준의 QT 중단을 예측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미 국채시장을 둘러싼 큰 흐름과 유동성을 참가자들이 걱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 은행들이 규제 탓에 국채를 많이 보유할 수 없다는 점도 있지요. 코로나19 이후 9조 달러에 육박했던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일 현재 8조6768억 달러까지 줄었는데요. 아담 압바스 해리스 어소시에이츠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QT가 유동성 부족을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UBS는 연준이 내년 6월, 모건스탠리는 2024년에 QT를 중단할 것이라고 보고 있긴 한데요.
이 같은 상황에서 채권시장의 옵션거래가 금리변동성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리더 노트(corridor note)나 페어웨이 본드(fairway bond)처럼 이름으로는 알기 힘든 수천억 달러 규모의 옵션상품들이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단기금리가 장기를 더 앞서기 시작하면서 투자자(옵션 구매자)에게 점점 더 이익이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내용이 복잡한데, 단순화해서 제가 이해한대로만 말씀드리면 금리상승과 함께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금리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옵션계약에 있는 특정금리 수준을 벗어나게 됐다는 겁니다. 이에 매도자(IB 등)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요. 월가의 한 채권 전문가는 “보통 투자은행(IB) 데스크와 트레이더들이 옵션을 매각해서 돈을 버는데 국채를 사서 반대거래를 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100% 다 헤지하지는 않기 때문에 금리가 미리 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이를 메우기 위해 매각거래에 나설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국채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종금리 상승 전망(+=금리상승 요인) △일본 등 해외수요 감소(+) △옵션상품 거래 영향(+) △중간선거 후 지출감소 기대(-=금리하락 요인) △연준의 QT 효과(+) △CPI 포함 인플레이션(+ 또는 -) △경기침체 우려(-) △주요국 국채금리 변동(+ 또는 -) 등을 종합적으로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최근에는 일본과 옵션 거래에 관한 불안감이 좀더 도드라졌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대로라면 변동성은 지속할 수 있고 한두 요인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또 나올 수 있다는 뜻이 되죠.
이날도 최종금리 예측에 관한 얘기가 꽤 나왔는데요.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이 내년에 완만한(mild)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5.5%보다 높아야 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정책금리가 5.5%가량 되면 실업률이 5~5.5%를 찍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연준의 9월 전망치(4.4%)를 크게 웃도는 겁니다. 로젠그렌 총재는 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가 정확하다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연준에 정책을 바꾸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충분한) 재정부양책이 없을 수 있어 통화정책 완화에 더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는데요. 다만, 압력이 커지는 것과 연준이 실제로 그렇게 하느냐와는 약간 다른 얘기이긴 합니다.
“경기침체 있어도 상승 연말까지 반등할 것” vs “인플레·침체 공포에 선거 이후 어려울 수 있어”
마지막으로 중간선거 이후 증시에 관해 알아보죠. 폴 도노반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경험은 최종결과를 선언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는데요. 벌써 애리조나 주에서는 투표기계 오작동을 두고 공화당에서 민주당의 사기극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CNBC는 “몇몇 주는 승부가 박빙일 때 자동으로 재검표를 실시하게 돼 있고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질 경우 법적투쟁과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펜실베이니아는 우편투표를 놓고 소송전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중간선거만 놓고 보면 크게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 공화당이 이길 경우 하원만 가져가느냐 아니면 상원까지 빼앗느냐가 분기점이죠. 시장에서는 공화당의 승리를 바라지만 중간선거 이후에는 무조건 좋다는 기대감도 큰 데요.
씨티는 “중간선거 다음 해 침체가 있었더라도 S&P500이 선거 뒤 매우 상승폭이 매우 견고했다”며 “1974년과 1990년 2006년이 그 사례들인데 평균 24.4%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연준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어 내년에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은 지금과 유사하죠.
추가로 양원을 공화당이 가져가는 게 민주당의 시도를 철통방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낫다는 얘기와 함께 의회도 나눠가져야 어느 쪽으로도 법안 통과가 불가능해 기업들에 좋다는 말이 엇갈리긴 합니다. CFRA는 민주당 대통령에 의회권력이 양당에 나눠져 있을 때 증시 평균 수익률이 13.6%로 모두 공화당일 때(13%)보다 약간 높았다고 했는데요. 민주당 대통령 아래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면 9.1%, 공화당 대통령에 민주당 양원 땐 4.9%, 분열 시 7.3%라고 하네요.
어쨌든 낙관론자들은 더 있습니다.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루트홀츠의 짐 폴슨은 “미국은 새로운 경기침체라기보다 새로운 회복으로 가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는데요.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의 앤드류 슬림몬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간선거 이후 몇 달 동안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연준 의장이 피벗(PIvot·금리인하)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주식시장이 연말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다만, 기술주는 이 행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죠. 공화당이 최소 하원을 가져가면 에너지와 바이오, 금융사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반대 쪽 사람들도 있는데요. CNBC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공포는 중간선거 이후 주식시장 반등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죠.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것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고 공화당이 상원을 추가로 장악한다고 해도 공화당 주도의 의회정책이 바뀌지는 않는 만큼 중간선거 결과에 시장이 조용한 게 맞다”고 했습니다.
워낙 서로 말이 달라 보는 사람도 헷갈리는데 종합하면, 민주당 대통령 아래 공화당이 양원 가운데 최소 한 곳을 차지하면 역사적으로는 증시에 좋았다는 걸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민주당 대통령+민주당 의회장악’ 때보다는 낫다는 건데요. 지금처럼 민주당이 계속 의회를 차지하면 국채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그랬는데, 올해도 그럴 거냐입니다. 인플레이션이 40여년 만에 최고라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거죠. 크리스 하비 웰스 파고의 주식 전략 헤드는 “목요일에 나올 CPI가 뜨겁지 않다면 주식시장이 선거 후 한달 간 1% 정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시장에서 76억 달러, 채권 시장에서 12억 달러 등 총 88억 달러를 빼냈다고 합니다. 9월에는 21억 달러 수준이었다는데요. 지정학적 우려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 위기 등이 주요 이유일텐데 느낌이 썩 좋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가 주저앉으면 글로벌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지요.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당장 10월 CPI가 중요한데 이날 오후3시 블룸버그통신 집계 기준으로 전년 대비 7.9%, 전월 0.6%입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각각 6.5%, 0.5%로 지난 4일에 전해드렸던 것과 변화가 없는데요. 중간선거 결과가 오롯이 반영되는 사실상 첫 날인 9일과, 10일 CPI를 잘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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