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 시스템반도체 파고든 대만·中…3분기 반도체 수입 50% 급증

제조업들 저가 외국산 선호 뚜렷

국산품 공급지수 9% 성장 그쳐

차량용 반도체 90%는 해외 의존

韓 경쟁력 주요 6개중 5위 머물러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 절실"


국내 제조 업계에서 외국산 반도체 유통량이 수년째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화권 반도체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국내 회사들의 경쟁력 저하로 해외 의존도가 점차 심화하는 추세다. 반도체가 ‘경제안보’ 자산으로 떠오른 만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통계청의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지수’ 자료를 보면 올 3분기 국내 제조 업계의 수입 반도체 공급지수(2015=100)는 311.8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206.8)보다 50.8%나 오른 수치다. 수입 반도체 공급지수는 2020년 3분기 이후 9분기 연속으로 최소 16% 이상의 가파른 성장 폭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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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산 반도체의 3분기 잠정 공급지수는 142.2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에 그쳤다. 2020년 3분기 이후 한 자릿수 성장이 주를 이루고 두 번의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부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내는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한국에서의 국산·수입 제품 실질 공급 금액을 지수화한 것으로 내수 시장 공급망 동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수입지수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것은 국내 제조 업체들이 국산 칩보다 외산 반도체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이 현상이 나타나는 주요한 이유로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부족을 꼽는다. 한국이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시장을 제외한 전체 반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진다. 최근 공급망 위기로 원가 절감이 최우선 과제였던 국내 정보기술(IT) 제조사들이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에 진입한 중국·대만 회사 칩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제조 업체들이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국내에서는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최근 극심한 공급 부족 상태인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경우 국내의 미비한 기술로 90% 이상을 유럽, 네덜란드 등 해외 소수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한정된 생산 라인과 기술을 가진 국내 반도체 업계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경쟁력은 미국·일본·대만·중국·유럽연합(EU)을 포함한 주요 6개국 중 5위 수준이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발표했지만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측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국회에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반도체 산업이 경제안보 자산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반도체 수요 창출 지원과 생태계 육성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DB하이텍·SK하이닉스시스템IC·키파운드리와 국내 설계 업체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 열위에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수요 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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