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깜짝 실적으로 증시를 이끄는 기업들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역성장이 예고된 기업들이 즐비하지만 탄탄한 이익 성장세로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자동차 부품, 바이오, 소비, 의료기기 관련 기업들은 최근 증권가의 실적 눈높이가 높아지던 중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증권가는 성장이 귀해지는 시기 꾸준한 외형 확대를 기록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모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기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46개 상장사 중 증권가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표한 기업은 61곳이었다. 이 중 43개의 기업은 9월 초 증권사들이 예상 실적을 한 번 상향 조정했음에도 이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2차전지 종목들의 이익 증가세가 매서웠다.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9월 초 영업이익 전망치는 3555억 원이었다. 2차전지 업황 호황으로 증권가는 최종 전망치를 4060억 원까지 올렸는데 실제 영업익은 이보다 28.6% 증가한 5219억 원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인 포스코케미칼(003670)의 이익 전망치는 9월 초 490억 원에서 17% 증가한 574억 원이었다. 그러나 3분기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 42.6%나 높은 818억 원으로 집계됐다.
타이어, 차량용 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 관련 종목 역시 탄탄한 성장세를 과시했다. HL만도(204320)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는 9월 초 699억 원에서 719억 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보다 6.5% 더 늘어난 766억 원의 성적표를 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도 9월 초 전망(1778억 원)을 한 차례 수정(1857억 원)했는데 실제 성적은 이보다 더 높은 1924억 원으로 집계됐다. 바이오 종목 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의 이익 개선이 컸고 유통 종목에서는 BGF리테일(282330)·현대백화점(069960) 등 소비 관련 기업,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등 의료기기 종목들이 ‘진짜배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이 성장에 가산점을 주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깜짝 실적’을 발표한 2차전지 종목들은 반등 랠리 속에서도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처음으로 60만 원을 돌파했고 포스코케미칼 역시 장중 22만 5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체 기업들의 실적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도 이유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146개의 합계 영업이익은 39조 29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50조 1407억 원)보다 21.6% 적은 수치다. 특히 증권가의 최종 전망치를 11.7%나 하회하는 수치다. 코스피 상장사의 역성장도 기정사실화돼 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256곳의 합계 영업이익은 212조 7917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3.3% 줄어든 205조 6600억 원일 것으로 전망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닝시즌 마지막 주간에는 예상치를 하회하는 기업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며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연간 이익전망은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