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이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무역수지는 올 4월 이후 7개월 넘게 적자를 나타내면서 이달 10일까지 376억 달러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158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2%(716억 달러)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무역 적자(356억 달러)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규모다. 한국전력은 3분기에 7조 53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올 들어 21조 8342억 원의 누적 손실액을 기록했다. 한전의 위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이 크지만 연료 가격 급등의 영향도 작용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도 우리는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 사용량은 올 들어 8월까지 4%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에너지 소비는 연평균 0.2%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0.9% 늘었다. 1차 에너지 소비량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에너지 원단위에서 우리나라는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5위로 최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잘못된 에너지 구조로는 무역 적자 악순환이나 한전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제는 에너지 가격 하락만을 기다리지 말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 전체를 리셋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부문에 초점을 맞춰 현장의 생산 설비를 첨단 시스템으로 바꾸고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독일·일본 등 우리처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들이 경제 규모를 키우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인 과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전 국민적인 에너지 소비 절약 운동도 펼쳐야 한다.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온갖 아이디어들을 짜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소비 절약을 위해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도 적정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다만 서민 등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별도의 보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