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광부 '맥심 기적' 보여줬지만…커피믹스 시장은 주춤 [똑똑!스마슈머]

커피믹스, 1조원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 또 전년비 2% 감소

높은 당류 꺼리며 캡슐 커피로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씨가 지난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이철우 경북지사로부터 커피믹스를 선물 받고 있다. /연합뉴스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된 작업반장 박정하씨가 지난 11일 오전 안동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이철우 경북지사로부터 커피믹스를 선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한 광부들로 인해 커피믹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부들이 매몰 당시 갖고 있던 커피믹스 30봉지가 생명유지에 도움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11일 병원에서 퇴원하는 이들에게 커피믹스 한 박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커피믹스 업체들은 '웃픈(웃기면서 슬픈)' 표정이다. 뜻밖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지만,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높은 당류와 칼로리 우려에 소비자들은 커피믹스 대신 캡슐커피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13일 한국농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상반기 조제커피 매출은 37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2017년 1조 원에 달했던 조제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8500억 원대로 내려앉은 뒤 2020년 7800억 원, 지난해 7500억 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동서식품이 1987년 내놓은 커피와 크림, 설탕이 한 봉지에 들어있는 '맥심' 등 커피믹스는 사무실에 냉온수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남양유업 '프렌치카페'와 롯데네슬레 등 후발주자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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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반전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웰빙 열풍이 불면서 높은 당류와 칼로리의 음식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커피믹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표 커피믹스인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1호에는 나트륨 5㎎, 탄수화물 9g, 지방 1.6g, 당류 6g, 포화지방 1.6g이 들어 있다. 칼로리는 50㎉로, 커피믹스 4~5개가 밥 한 공기(150g) 칼로리(215㎉) 수준이 될 만큼 적잖은 열량을 주는 셈이다.

이밖에 동서식품의 압도적인 점유율에 후발주자들이 그렇다 할 신제품을 내보이지 않은 것도 시장을 침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aT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동서식품의 조제커피 시장점유율은 88%에 달한다. 이어 남양유업(8%), 롯데네슬레(3%) 등의 순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메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브랜드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캡슐커피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캡슐 커피는 일부 오피스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 2010년대 후반부터 가정 보급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계기로 '홈카페' 열풍이 불면서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한 국내 캡슐 커피 시장 규모는 2020년 1980억 원으로 2년 만에 2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25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커피믹스 1위 동서식품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캡슐 커피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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