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몸에 불이 붙은 여성을 구한 아파트 주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해 남성이 인화 물질을 소지한 채 흉기를 휘두르며 피해 여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 주민은 “칼 버려”를 외치며 남성과 끝까지 대치했다. 여성 몸에 불이 붙은 뒤에는 침착하게 소화기로 불을 껐다. 또 남성이 차를 타고 달아나는 것을 목격하고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이 주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진에서 일어난 여성 신체 방화 사건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을 작성한 입주민 A씨는 “저는 정말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라며 “제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사건 당일은 A씨 가족이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준비를 마치고 지하주차장에 내려왔을 때 약 1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주차된 차량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한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
A씨는 “지체 없이 다가가던 중 한 여성이 제 쪽으로 달려오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며 “이어 30cm 가량의 칼을 든 남성이 달려왔고 여성은 힘없이 그 남자에게 붙잡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불과 2~3m정도 되는 거리에서 흉기를 든 남성이 여성을 위협하는 정말 영화 같은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아찔했던 상황”이라며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남성에게 ‘칼 버려, 칼 버려’를 외치며 대치했다”고 했다.
그는 “제 키가 174에 몸무게는 80kg 정도인데, 그 남성은 어림잡아 키 180cm에 몸무게 100kg는 넘는 덩치였다”고 기억했다. 당시 지하주차장에는 A씨가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도 없었다. 주변에는 A씨의 아내와 차에 탄 두 자녀뿐이었다.
흉기로 피해 여성과 A씨를 위협하던 가해 남성은 주머니에서 인화 물질이 든 봉지를 꺼내 여성의 머리에 뿌린 뒤 불을 붙였다.
그러면서 “남성이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순간 여성의 몸에 불이 붙었고 다 붓고 난 봉지는 옆으로 던졌는데 거기에도 불이 붙은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며 “장담컨대 누구나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본다면 미치지 않고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이 모든 일은 불과 10분도 안 돼 벌어졌다. A씨는 지하주차장 입구로 가 소화기를 가져온 뒤 남성과 여성의 몸에 붙은 불을 껐다. 그는 “남성이 정말 여성을 죽일 작정이었는지 제가 소화기로 불을 끄는 순간에도 바닥에 누워 여자를 꼭 껴안고 놔주지 않았다”고 했다. 화재가 진압되자 남성은 자신의 차에 올라 타 상가 주차장 쪽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A씨가 뒤쫓았지만 결국 놓쳤고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한편 앞선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쯤 당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연인 사이였던 40대 여성의 몸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성은 등과 목 부위 등에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한 가해 남성은 다음 날인 12일 오전 10시 20분께 당진 대호지면 낚시터 인근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