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거듭되는 ‘중국 리스크’에 생산의 무게추를 인도로 옮기고 있다. 애플 최대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인도 공장 인력을 현재의 4배로 늘리고 생산지 다변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미 인도 노이다를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 거점으로 낙점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인구 14억의 대국 인도에서 스마트폰 생산·판매 ‘양면전’을 벌이는 구도다.
14일 로이터 등 외신은 인도 정부를 인용해 “폭스콘이 현재 1만7000명 수준인 인도 공장 인력을 향후 2년 간 7만 명으로 4배 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폭스콘은 아이폰 생산 80~90%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 최대 파트너사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폭스콘 정저우 공장을 폐쇄하며 생산 차질이 이어지자, 폭스콘과 애플이 인도 생산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실제 애플은 정저우 공장 폐쇄로 아이폰14 납품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코로나19 봉쇄로 중국 정저우 공장 생산이 감소했다”며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 출하량이 예상보다 적어 신제품을 받기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를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타 협력사인 페가트론과 럭스쉐어가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 생산을 분담하고 있지만, 프로·프로맥스 인기가 높아 공급 차질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이폰14 프로를 주문했을 때 수령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애플과 폭스콘은 인도를 대안으로 삼았다. 폭스콘은 2019년 인도 남부 타밀나두에 공장을 만들고 올해부터 아이폰14 일부 제품을 생산 중이다. 페가트론 또한 9월부터 인도에서 아이폰14를 만들고 있다.
업계는 이번 정저우 봉쇄 사태로 애플과 폭스콘의 탈 중국 행보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JP모간은 2025년 아이폰 25%가 인도에서 생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규모가 큰 만큼 애플이 탈 중국 과정에서 지속적인 생산난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프 필드핵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사는 최근 “실제 애플이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는데엔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정저우 공장 인력이 20만 명에 달하는 탓이다.
애플이 인도에 주목하며 삼성전자와 현지 생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 인도 노이다 공장을 개축하고 연 1억200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췄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인도 생산 비중은 내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인도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중국보다 정치적 리스크가 적어 생산지로 매력적이다. 판매처로도 잠재력이 높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6800만 대에 달했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60%선에 불과해 성장성이 높다. 올해부터는 5G 보급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제적 성장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 시장조사업체 CMR은 올 2분기 2만5000(약 41만 원)~5만 루피(약 82만 원)의 고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5만 루피 이상은 96% 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인도 생산·판매 일체화로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