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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금융허브' 영국, 프랑스에 주식시장 1위 자리도 뺏겼다

영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佛보다 20억달러 적어

통계 집계한 2003년 이래 처음으로 프랑스에 밀려

영국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오브런던’의 전경. EPA연합뉴스영국 런던의 금융가인 ‘시티오브런던’의 전경. EPA연합뉴스




영국이 주식시장 시가총액 규모에서 프랑스에 밀려 '유럽 1위 주식시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전 정부발(發) 금융혼란으로 영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은 반면 프랑스에선 럭셔리 명품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는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자체 데이터를 인용해 이날 기준 프랑스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조 8230억 달러(약 3755조원)로 영국(2조 8210억달러)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2016년엔 영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프랑스보다 1조 5000억 달러 많았는데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올해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이 촉발한 금융 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통신은 "영국 주식시장은 침체된 경제 탓에 오랫동안 인기가 없었는데 올해 세 요인이 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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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경쟁력 상실이 꼽힌다. 영국 중앙은행(BOE)의 통화정책위원을 지냈던 마이클 손더스는 "영국 경제 전체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구히 훼손됐다"며 "브렉시트로 인해 잠재 생산이 그렇게 줄어들지 않았다면 (정부가)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삭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의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로 자국의 경제 혼란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규모가 작거나 소비자를 겨냥한 유통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대형주 위주의 영국 주가지수 FTSE100은 올해 0.4% 하락한 데 그쳤지만 중소형주 지수인 FTSE250은 17%나 떨어졌다.

반면 프랑스 주식시장에선 루이비통·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필두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다. 유럽 시가총액 1위(3600억 달러)인 LVMH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나 늘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강달러'로 미국인의 명품 수요가 늘며 LVMH의 매출도 오른 것이다. LVMH는 경기 침체 우려로 각종 대형주가 급락한 와중에도 올해 주가가 3.8% 내리는 선에 그쳤다.

이밖에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유로화보다 많이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통신은 양국의 시가총액 규모를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비교했는데, 올해 달러 대비 파운드 환율은 13% 떨어졌고(파운드화 가치 하락) 유로화는 9.2% 하락했다(유로화 가치 하락).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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