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는 친분이 있는 일부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따로 불러 대화한 것으로 14일 파악됐다. 지난 9월 미국 순방에서 왜곡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MBC 기자들의 탑승을 불허한 윤 대통령이 국가자산이자 공적 공간인 전용기에서 친분이 있는 언론인과 개별 대화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현지 브리핑에서 '프놈펜에서 발리로 이동하는 1호기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가 앞으로 불려나간 것을 많은 기자들이 봤는데 대통령과 대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평소 인연이 있는 기자를 만나서 편한 대화를 나눴을 뿐, 취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는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인만 따로 면담했다고 제기한 일이 사실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윤 대통령이 두 기자와 순방 취재와 관계없는 대화를 위해 만났다는 설명까지 나온 셈이다.
윤 대통령과 특정 기자들과 대화를 한 시점은 지난 13일 저녁 캄보디아 프놈펜 일정을 마치고 인도네시아 발리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이동할 때다. 전용기가 이륙한 지 한 시간 가량 지났을 때 승무원이 채널A 기자와 CBS 기자를 찾아 전용기 앞 칸으로 데려갔다. 전용기는 대통령 전용 공간이 앞에 있고 그 뒤에 기자단과 수행단 공간이 있는 구조다. 이들은 약 1시간 뒤 자리로 돌아왔다는 게 여러 기자의 증언이다. 두 기자는 대통령을 취재하며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프놈펜으로, 프놈펜에서 발리로 이동할 때 전용기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특정 기자와 대화를 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위해 이동하는 전용기에서도 CBS 기자를 따로 불러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전용기 개별 대화는 대통령실이 이번 한·미, 한·일 정상회담 일정에 기자단의 취재를 불허한 조치와 겹치며 논란을 낳고 있다. 통상 정상회담 취재는 정상들의 첫머리 발언을 풀(공동취재) 기자가 받아적은 뒤 기자단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13일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풀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대통령실이 발언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말실수 논란'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두 회담이 대통령실 전속 취재로 진행된 것은 양국 간 사전 협의에 따른 것"이라며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취재나 보도 방식을 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