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사망한 피해자들을 거명한다는 것은 결국 유족에 대한 2차 좌표 찍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심사에 출석한 한 장관은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150여 명의 이름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가 있냐”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시민언론 단체 ‘민들레’와 ‘더탐사’는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매체는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장관은 “논란의 여지없는 반인권적인 행동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된 것까지 확정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유출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자료는 철저히 공적인 자료다. 이것을 ‘더탐사’나 ‘민들레’가 훔쳐 간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겠나”며 “그 과정에서 공적 자료가 유출된 경로에 대한 법적 문제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한 장관의 수첩에 “명단 유출 경로 불법 가능성 높음”이라고 적힌 메모가 취재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사망한 분들에 대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피해자들을 거명한다는 것은 결국 유족에 대한 2차적 좌표찍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족에 대한 개인정보 (문제로) 충분히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이렇게 되면 피해자들에 대한 음란물 유포, 모욕, 조롱 같은 범죄행위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범죄행위가 이미 발생해서 제가 보고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는 단순히 반인권적인 레토릭(수사법)이 아니라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사 필요성이 있냐’는 질의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구체적인 수사 필요성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