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청년 취업대란’ 다가온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자금난 겪는 기업 신규채용 줄여

취업자수 증가폭 5개월째 하락세

양질의 일자리 늘어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부터 마련을






금융시장의 위기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로 전이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누그러들면서 그동안 눌려왔던 소비가 증가하며 경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급격한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이자율 인상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이 현실화했다. 이자율 상승은 빚을 지고 있는 가계에 큰 부담을 주지만 경제에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데 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채권 시장에서의 신용 경색은 단순히 레고랜드 사태에서 비롯된 해프닝이 아니라 이자율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우량 기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버는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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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 갈등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미국의 급격한 이자율 인상과 강달러 현상은 신흥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 침체는 금융시장의 위기와 더불어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올해 3분기 상장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전망치보다 10% 넘게 떨어진 기업이 전체의 30%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불황과 고이자율 상황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내년도 기업 전망도 어둡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금을 확보하고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같이 해고가 자유로운 유연한 고용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가 곧바로 고용 지표에 반영된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하루 만에 대량 해고를 감행했고 메타·테슬라·넷플릭스 등의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감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고용 시장은 그렇지 않다. 고용 지표가 불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이에 따라 고용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실업률이 경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불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이다. 통계청의 고용 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5월 전년 대비 93만 명을 기록한 후 5개월째 하락해 10월에는 60만 명대에 그쳤다. 그나마 그중 60대 이상 취업자가 46만 명 늘었고 15~29세 취업자는 2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발표된 KDI의 ‘취업자 수 증가세에 대한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해 8만 명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표는 고용 시장의 한파가 예상보다 빨리 더 크게 다가왔고 내년에도 취업 상황, 특히 청년층 취업은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청년실업은 개개인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크다. 따라서 정부는 다가올 청년 취업 대란에 대비해야 한다. 그저 청년 인구가 감소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에서 벌이고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따른 고용보조금 지급 정책 등은 단기적이지만 효과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기업이 부담 없이 청년들을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간제법에 근거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기업으로 하여금 차라리 정규직 채용을 포기하게 하거나 2년마다 비정규직 직원을 바꾸는 꼼수 정책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에 양질의 고용 창출을 할 올바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정치권과 노동계, 재계가 머리를 싸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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