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업계에서 매출·판매량 기록을 세우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원자재값 급등 영향 등으로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주요 기업들은 해외로 거래처를 다변화하고 소비자 니즈를 꿰뚫는 제품 출시와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다수의 신기록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의 가공식품 브랜드 ‘비비고’의 올해 국내외 합산 매출액은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 된다. 지난해 2조 1797억 원으로 2조 원 고지에 올랐는데 올해는 30% 가량 늘어나 사상 첫 3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일 식품 브랜드인 비비고가 웬만한 국내 식품 기업 전체 매출을 뛰어넘는 것이다.
비비고는 2011년 CJ푸드빌의 한식 레스토랑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CJ그룹은 전략을 변경해 국내외를 아우르는 통합 식품 브랜드로 바꿨다. 이듬해인 2012년 CJ제일제당은 만두, 김치, 장류 등의 가공식품에 비비고 브랜드를 달아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론칭 6년 만인 2018년 매출 1조 원, 지난해 2조 원을 넘긴 뒤 10년만에 3조 원을 달성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비비고 왕교자’ 및 한식 국물요리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2019년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의 폭넓은 유통망을 활용해 비비고 제품을 현지에서 판매하면서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271560)이 2008년 ‘영양설계’ 콘셉트로 야심차게 론칭한 ‘닥터유’ 브랜드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올해 800억 원 돌파가 유력하다. 닥터유는 현재 오리온의 단백질·에너지 바 및 드링크, 생수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단백질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닥터유 누적 매출액은 621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인 679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 같은 추세로라면 올해 800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고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개별 제품 매출 신기록 사례도 나오고 있다. 농심(004370)은 올해로 출시된 지 40년이 되는 육개장사발면의 올 1~ 10월 누적 매출액이 9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 매출액이 12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심 관계자는 “거리두기 완화와 외부 활동 증가로 야외에서 쉽게 끓여서 먹을 수 있는 육개장사발면 수요가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컵라면 단일 제품 중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것은 육개장사발면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판매량 기록을 새롭게 쓴 제품도 줄줄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해 1월 선보인 롯데칠성(005300)음료의 ‘펩시 제로 슈거’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 5억 캔(250㎖기준) 돌파가 기대된다. 올 9월까지 1년 9개월 동안 4억5000만 캔이 팔렸으며 제로 슈거 음료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어 연말까지 5억 캔 판매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 5162만 명을 기준으로 인구 1명 당 10캔씩 펩시 제로 슈가를 소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2019년 3월 시장에 나온 하이트진로(000080)의 ‘테라’는 올 7월 누적 판매 30억병(330㎖ 기준)을 넘겼다. 출시 3년 4개월 만이다. 올 10월 말 기준으로는 32억2000만병이 팔렸다. 1초당 29병씩 팔린 꼴이다.
국내에서 냉동피자 열풍을 몰고 온 오뚜기(007310) 냉동피자는 2016년 첫 출시 이후 6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내 냉동시장 피자 규모가 1267억 원 수준인데 점유율이 40%이상에 달해 실적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