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디지털 대전환은 속도전…'타다사태' 반복 안돼"'

■박영선 前중기부 장관 서강대 강연

英 '붉은 깃발법'으로 車주도권 뺏겨

타다 논란 되풀이 땐 전철 밟는 셈

단순히 기존산업 배제해서도 안돼

尹정부, 신산업·기득권 중재 나서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강대 초빙교수)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디지털 대전환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김윤수 기자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강대 초빙교수)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디지털 대전환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김윤수 기자




“100여 년 전 영국은 자동차 산업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하는 ‘붉은깃발법’을 시행했습니다. 이는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타다 논쟁’으로 이것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강대 초빙교수)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디지털 대전환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서강대 초빙교수로서 처음 강단에 선 그는 학생들에게 타다 사태를 언급하며 디지털 대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대전환을 서두르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득권과의 충돌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은 무역량으로 세계 10~11위를 차지한다. 한국은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 이른바 3050클럽에 들어간 유일한 나라”라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핵심이 디지털 대전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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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 몽골이 말을 이용한 속도전으로 세계를 지배한 것처럼 디지털 대전환도 국가 간 (전환) 속도의 싸움”이라며 한국 사회가 타다 사태처럼 디지털 대전환을 저해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19년 차량 공유 서비스로 이동의 혁신을 가져온 타다는 기존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이듬해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국내 차량 공유 사업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 전 장관은 이 사건을 19세기 후반 영국의 붉은깃발법에 비유하며 “(한국이 또 다른) 붉은깃발법을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마부들의 기득권을 챙기다가 신산업이던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빼앗겼던 영국의 과오를 우리가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박 전 장관은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단순히 기존 산업을 배제하는 일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자만 살아남는 나라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붉은깃발법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마부들의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일도 중요하다”며 “새로운 산업과 기득권의 충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재자 역할을 잘 하는 정부가 유능한 정부”라고 했다.

박 전 장관 스스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중기부 수장으로서 디지털 대전환과 기득권 갈등과 관련한 문제를 고민해왔다고 전하며 “윤석열 정부도 당연히 (이런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디지털 대전환 자체는 물론 이를 통해 이뤄질 디지털화폐의 기축통화화(化), 블록체인(분산원장)을 포함한 플랫폼 신기술의 확산, 재생에너지 등으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우주산업 성장 등 변화에도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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