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고속철 깔고 신재생엔 팀코리아…K기술, 네옴시티 주도한다

[빈 살만 방한]

◆韓, 사우디와 26개 투자 빅딜

두산·롯데정밀화학 등 현지공장

삼성물산은 모듈러주택 사업 참여

인프라 프로젝트 8개 분야 동참

바이오·스마트팜 신산업도 협력

전문가 "중동붐으로 경제활력을"

이창양(앞줄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칼리드 알 팔리(〃 오른쪽)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이창양(앞줄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칼리드 알 팔리(〃 오른쪽)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17일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체결된 양해각서(MOU)만 23개다. 우리 기업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간 MOU가 6건, 양국 민간 기업 간 MOU가 17건에 달했다. 에쓰오일 투자까지 합치면 총 26건의 빅딜이다. ‘제2의 중동 붐’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협력 분야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 신도시 네옴시티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철도·건설 등 인프라 프로젝트와 그린수소 등 에너지, 바이오·제약·스마트팜·게임 등 신산업까지 총망라됐다. 특히 신산업 관련 계약은 사우디 측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의 협력으로 사우디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정부 관계자는 “사우디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세계 유수의 투자자문 업체를 통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친 후 유망 기업을 지목했을 것”이라며 “우리 제조 기업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투자포럼에서 체결된 MOU 중 네옴시티 관련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총 8개다. 네옴시티의 교통·통신 등 인프라망 등을 까는 데 국내 기업이 밑그림을 그리듯 대거 참여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계열 철도차량 전문 업체 현대로템의 3조 6000억 원 규모 네옴시티 철도 구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대로템은 특히 열차 구매 수주 시 사우디철도청과 사우디 내 철도차량 제작 공장도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기술 기반의 공동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사우디 현지에서 주조·단조 공장 건설에 나선다.

화학 업계 역시 사우디에 생산 거점을 건설하는 등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투자부와 정밀화학 공장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DL케미칼은 사우디투자부와 현지 폴리부텐(PB) 공장 설립 업무협약을 맺었다.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크래커를 도입하는 샤힌 프로젝트도 본격화한다. 에쓰오일은 이날 9조 2580억 원(70억 달러)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에틸렌 생산 핵심 설비 ‘스팀크래커’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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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도 이뤄진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 등 5개사와 공동으로 PIF와 그린수소 개발 협력 관련 MOU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사우디가 65억 달러(약 8조 7100억 원)를 투입해 2025~2029년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40만㎡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단지를 짓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대우건설도 이날 사우디 현지 종합 건설사인 알파나르와 사우디 내 ‘오일&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발굴 및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의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전에는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게임, 제약·바이오 등 신산업과 연계된 투자도 눈에 띈다. 코오롱글로벌은 식품 제조·수출입·유통 회사인 ‘파이드인터내셔널푸드컴퍼니(FAIDH)’와 스마트팜 사업에 나선다. 코오롱글로벌은 모듈형 스마트팜 기술과 국산 딸기 종자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재배·생산·유통하는 기술을 제공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경제권의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우디와의 협력 강화를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신냉전을 맞아 사우디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진 이때,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으로 중동 붐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협력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한국과의 대규모 MOU 체결은 우리나라를 협력 파트너로 중시한다는 것을 사우디가 드러낸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답방 등을 통해 중동과의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우영탁 기자·서민우 기자·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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