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재용·최태원·베닝크 앞에서…尹·뤼터 "반도체 협력 늘리자"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정상회담 전 반도체 총수들과 차담회

공급망 관리 정부·민간간 협력 논의

EUV 노광장비 안정적 확보 기대

원전 협력 전문가급 대화체도 신설

뤼터 총리, 尹 '담대한 구상' 지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 “반도체 부문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 부문을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생산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 간 민간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반도체 패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 스마트 농업을 포함한 핵심 기술 및 신흥 기술을 공동으로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 조율과 협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R&D)부터 설계, 장비, 전자 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한 반도체 강국이다. 윤 대통령은 발표문에서 “양국 간 경제안보 분야 파트너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양국 간 반도체 분야의 협력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회담 시작 전부터 반도체 분야 협력이 회담의 주요 의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그룹 회장,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 반도체 기업 주요 인사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정상들과 이례적으로 차담회를 가진 것이다.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미국·가봉·인도네시아·독일 등과의 양자 회담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 회장, 최 회장과 함께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관리를 위한 정부와 민간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민간 부문 협력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안정적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이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9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장비 수입의 77.5%를 미국·일본·네덜란드 3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EUV 노광 장비 생산의 경우 네덜란드의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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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SML이 대당 2000억 원이 넘는 이 장비를 연간 40~50대밖에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세대 반도체 패권 경쟁이 벌어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굴지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ASML 제품을 한 대라도 먼저 들이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5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TSMC는 현재 100대 이상의 ASML EUV 노광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재 삼성전자는 30대 이상, SK하이닉스는 5대 내외의 EUV 노광기를 보유해 TSMC EUV 인프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EVU 노광기 확보를 통해 향후 한국 반도체 기술 수준이 퀀텀 점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양국은 핵심 이익인 반도체에 이어 원전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현재 원전 1기만을 운용 중인데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신규 원전 2기(1500㎿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양 정상은 원자력에 관한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정보를 교환하고 이해관계자 간 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전문가급 대화체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또 안보·기술·경제가 융합되고 있는 시대에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전략적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2016년 포괄적·미래지향적동반자 관계 수립 이후 6년 만의 격상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높아진 북한의 도발 수위에 대해 양국이 공동으로 규탄하고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네달란드의 지지 의사를 이끌어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네덜란드 청년들의 희생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한·네덜란드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한국전쟁 당시 구축함 1척과 함께 총 5322명을 파병해 그 중 120명이 전사하고 645명이 부상을 입었다. 뤼터 총리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내년 윤 대통령을 국빈 방문 형식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재전달했고 윤 대통령도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김남균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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