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 설립에 관한 국회사무처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12개 상임위원회 등 대부분의 국회 기능을 2028년 세종시로 이전하고 본회의장 등 일부만 서울에 존치키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1조 4000억 원으로 추계됐던 세종의사당 총 사업비는 3조 6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회 규칙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전달해 연내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18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회사무처 산하 국회세종의사당추진TF는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결과 보고서’ 검수를 끝내고 세종의사당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9월 여야는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해 세종 분원을 설치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고, 국회사무처는 이전 방안을 마련해왔다.
국회사무처는 총 18개 상임위원회 중 11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세종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11개 상임위는 △기재위 △산자위 △국토위 △정무위 △행안위 △교육위 △문체위 △농해수위 △과방위 △복지위 △환노위로, 주요 소관 부처가 세종에 있는 상임위들이다.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미래연구원, 국회방송 등 부속 기관들도 세종으로 이전된다.
본회의장은 서울에 존치된다. 수도인 서울이 국가 행정·정치의 중추적 기능을 하는 소재지라고 판단한 2004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고려한 결정이다. 서울에는 본회의장, 6개 상임위, 국회도서관 등의 일부 기능만 남게 된다.
국회사무처는 이와 같은 이전에 총 3조 6100억 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구체적으로 △토지매입비 6670억 원 △공사비 2조 6700억 원 △설계비 1840억 원 등이다. 이는 과거 국회사무처가 추산했던 총 사업비(1조 4263억 원)보다 2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한 국회 관계자는 “1조 4000억 원은 건설 비용, 자재 등을 최소치로 잡고 계산했던 숫자”라고 설명했다.
당초 2027년 세종의사당 건립 완료가 유력했지만 2028년 11월까지 준공을 마치겠다는 목표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3년 4월 착공에 들어가 5년 7개월 간 설계 및 시공이 진행된다. 사업 방식에 따라 준공 시점은 2030년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국회의장실 산하에 국회세종의사당건립위원회도 설치된다. 건립 시까지 세종의사당 설립 및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역할을 맡으며 국회사무총장, 여야 의원 총 4명, 국회의장 지명직 3명 등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1월 중 세종의사당 위치, 상임위 이전 범위, 세종의사당건립위원회 설립 등의 근거가 담긴 국회 규칙안을 운영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운영위는 국회 규칙안에 대한 심의를 연내 마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이달 말 세종에 내려가 관련 방안을 발표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2023년도 예산안에 세종의사당 부지매입 계약금 700억 원 반영을 요구하는 등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 지도부 이 같은 예산 증액에 크게 이견이 없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세종 의사당 건립에) 우리 당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충남 공주를 지역구로 둔 정 비대위원장은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세종의사당 건립에 대해선 여야가 아닌 지역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국회에서는 “상임위 회의는 세종에서 하고 본회의는 서울에 가 하라는 것이냐. 효율성이 없다”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이 또한 의회의 본질적 기능”이라는 등 반발도 적지 않아 최종 관철까지 진통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