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최근 공시를 분석한 결과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에 부담해야 할 채무는 47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 내부의 헤지펀드 관계사 SB노스스타의 손실 금액을 포함한 규모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용하는 펀드의 경우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손 회장의 지분이 펀드마다 다른데 SB노스스타의 지분이 33%로 가장 높고 비전펀드2와 라틴아메리카펀드의 경우 각각 17.5%를 차지한다. 투자 결과 수익이 날 경우 해당 지분은 손 회장이 가져가는 개인 보수가 되지만 손실을 입게 될 때는 채무로 작용한다.
2020년 9월 막대한 규모의 기술주 콜옵션을 매수해 이른바 ‘나스닥 고래’로 불렸던 SB노스스타의 경우 손 회장의 지분이 3분의 1에 달한다. SB노스스타가 투자자산 대부분을 청산하면서 올 9월 기준 손실분은 60억 달러(약 8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가량이 손 회장이 분담해야 할 채무다.
269개 기업에 482억 달러(약 64조 원)를 투입했던 비전펀드2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센스타임, 미국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도어대시, 인도네시아 디지털 스타트업 고투 등 주요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3분기에만 72억 달러(약 9조 6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한 암호화폐거래소 FTX에도 올해 초 320억 달러(약 42조 원)의 기업가치로 1억 달러(약 1340억 원)를 투자한 결과 손실을 입었다. 비전펀드1의 경우 상당 부분을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조달했지만 비전펀드2는 소프트뱅크와 손 회장이 직접 조성한 ‘셀프 펀드’에 가깝기 때문에 그룹의 타격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회장은 한때 비전펀드3를 출범하려 했으나 이는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손 회장 채무의 경우 상환 기간이 뚜렷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당장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 나아지면 채무액 역시 줄어들 수 있다. 기한이 12년에 최대 2년 연장이 가능한 펀드인 만큼 이 시기 내에 자신의 몫을 지불하면 되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를 할 때 회사 지분과 손 회장 개인의 지분이 혼합된 것 자체가 지배구조상의 취약점으로 보고 이를 문제 삼고 있다.
손 회장은 이달 11일 흑자 전환에 성공한 올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일상적인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앞으로 수년간 ARM의 폭발적 성장을 위한 다음 단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싶다”며 “재무적 수익과 일상적인 경영 및 운영 업무는 다른 임원들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후 손 회장의 순자산은 127억 달러(약 17조 원)로 집계돼 1년 전과 비교해 36%가량 감소했다.